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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처음 봐요" 베네수엘라 스키선수

레포르 2017. 3. 1. 22:25

설상 스포츠 국가대표가 눈을 처음 본다?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닙니다.

베네수엘라의 스키선수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에서 스키를 탔습니다. 그것도 국제대회에 나가서 말입니다. 걸음마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기가 올림픽 100m에 출전한 셈인데요.

​그야말로 좌충우돌, 뒤뚱뒤뚱, 엎치락뒤치락 한 편의 코미디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 선수 "국제대회에 출전한 게 자랑스럽다"고 했는데요. 패기는 정말 흐믓합니다.

베네수엘라의 스키선수 아드리아노 솔라노가 화제의 주인공입니다. 바로 이 선수예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아드리아노. 그래도 금방 일어섰습니다^^>

​솔라노는 올해 22살 청년입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스키선수로 선발돼 최근 핀란드에서 열린 2017 국제스키연맹 노르딕 월드스키챔피언십에 출전했습니다.

당당히 베네수엘라 국기를 달고 말이죠.

국제대회에 나가는 만큼 눈물겹게 필사적인 훈련이 필요했겠죠? ​솔라노도 훈련에 열심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에겐 치명적인 환경적 약점이 있었어요. 눈에서 스키를 탈 수 없었다는 겁니다.

​베네수엘라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 혹시 모르는 분 계셨나요?^^

<어이쿠! 또 미끄러졌어요​>

​눈에서 스키를 타본 적이 없는 선수가 세계대회에 나갔으니 성적이 어땠겠어요.

​총 10km를 질주해야 하는 크로스컨트리에선 3.5km를 내려오고 경기를 포기했는데요. 3.5km를 내려오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37분39초였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보통 이 시간에 코스를 완주했는데 말입니다.

 

다행히 ​스프린트에선 완주에 성공했는데요. 순위는 156위였습니다. 그런데 스프린트에 출전한 선수가 156명이었다는... 그러니까 완벽한 꼴찌였던 거죠 ㅠㅠ

​<처음 눈을 밟다 보니 일어서기도 쉽지 않네요.>

도대체 훈련을 하긴 한 거 맞냐구요? 베네수엘라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데 어떻게 훈련을 했냐구요?

바퀴가 달린 스키를 타고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뭐 비슷하게 기분을 낼 수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눈 위에서 스키를 타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요.

​솔라노가 한바탕 코미디를 연출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스포츠세계는 차갑고 냉정했습니다.. 그런 그에겐 비난과 조롱이 쏟아진 것입니다. 해설자는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고 혹평했구요. 뉴욕타임즈 등 외신은 "역사상 최악의 스키선수"라고 평가했네요.

 

<​거의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버렸습니다. 눈이 원래 미끄러워요... >

초라한 성적을 낸 솔라노는 25일 베네수엘라로 귀국했는데요. 전혀 좌절하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귀국인터뷰에서 솔라노는 "​비록 조롱거리가 됐지만 위대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는데요. 국제대회에 출전한 데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솔라노는 매우 긍정적인 청년인가 봐요.  

 

연습 후 세계대회에 나가는 게 보통이지만 나는 거꾸로 시작했다고 생각하겠다는 말을 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겠다면서 스키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스키대회 성적은 최악이었을지 모르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만큼은 1등인 것 같네요.

 

솔라노의 활약(?)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