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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남자가 브라질 공항에서 노숙한 이유

공항에 가면 가끔 눈에 띄죠, 백팩을 베개 삼고 길게 누어 코까지를 골면서 주무시는 분들.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눈은 감겨오고 이럴 때 자는 잠은 정말 꿀잠입니다. 잠깐이지만 피로가 확 가시거든요. (저도 경험이 많답니다^^)

그렇다고 공항 노숙은 곤란하죠. 시설이 아무리 좋다지만 불편한 게 어디 한둘입니까.

​그런데 공항 노숙을 장장 3개월이나 이어간 남자가 있네요. 그것도 낯설고 물선 외국 공항에서 말이죠.

바로 이 남자입니다.

<어떤가요? 전혀 노숙자 같진 않네요. 게다가 호남형이예요.> 

남자의 이름은 스테판 브로드(44), 독일 출신입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브라질 상파울로의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 내렸습니다. 잠깐 내렸다가 미국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는데요.

무슨 이유인지 그는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다음 비행기를 타려고 하니까 항공사가 추가요금을 요구했다는군요. 고객 과실이라 비용을 내야 한다고 한 거죠.

남자의 노숙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비행기를 놓쳐다고 공항에 눌러앉은 겁니다.

남자는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떼우곤 했는데요. ​걸핏하면 싸우자고 시비를 거는 게 문제였습니다.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 항공사나 공항 직원 등을 상대로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서 시비를 걸곤 했습니다. ​CCTV에 잡힌 것만 7건이라고 하니 은밀한(?) 사건은 더 있었을 겁니다.

폭력사태까지 갈 뻔하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남자는 무서운 게 없었습니다. 경찰에겐 "난 권투선수가 아니라 사람을 때리진 않아. 그런데 뭐가 문제야?"라며 대들기도 했다네요. 

이 정도면 그야말로 공항 무법자네요. ​

​덩치가 큰 남자라 겁을 먹는 사람이 많았지만 경찰도 속수무책이었던 셈입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드디어 조국 독일로 돌아갔습니다. 브라질 공항에서 노숙을 한 지 3개월 만에 말입니다.

사실 브라질은 이 독일인 남자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따라 합법적으로 입국한 관광객 신분이었어요.

말썽을 일으키는 건 분명한데 단순히 시비를 건다고 추방까지 할 수는 없는 일이었거든요.  

가족을 찾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독일에 있는 남자의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지만. 가족들 왈 "그 사람 정신병자예요. 그러니까 우리도 몰라요~"

​대략 난감이네요 ㅠㅠ

​참고 참던 브라질이 남자를 독일로 송환하기로 한 건 무비자 체류기간이 끝나면서였습니다. 공항 노숙 3개월이 되면서 남자가 무비자로 브라질에 머믈 수 있는 기간이 다 차버린 것이죠.

​독일 영사관은 그제야 직원 3명을 붙여서 남자의 귀국행에 동행하도록 했다는데요.

"​자국민 제대로 챙기는 국가는 미국뿐이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독일 남자가 노숙한 공항입니다. 현대적이고 깨끗하지만 살기에는 좀... >

오늘 공부할 스페인어 단어는 공항이에요.

공항은 스페인어로 aeropuerto​라고 합니다. 처음 부분이 영어와 비슷하다 보니까 스페인어 초보인 분들은 "에어뿌에르또" 이렇게 읽는 경우가 많은데요. 절대 아니죠.

스페인어 원어 발음은 "아에로뿌에르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