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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코로나19 봉쇄, 세계 최장 기록 수립

아르헨티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발동한 이른바 <코로나19 봉쇄>가 100일을 맞았습니다. 

 

아르헨티나보다 더 길게 봉쇄를 이어가고 있는 국가가 지구상 어딘가에 혹 있는지 제가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아르헨티나 언론은 "아르헨티나의 코로나19 봉쇄가 세계 최장기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는데요. 

 

지긋지긋한 코로나19 봉쇄를 100일 넘게 이어가고 있으니 참 대단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사상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3월 2일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여행하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43살 남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죠. 

 

이때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나둘 늘기 시작하니까 아르헨티나 정부가 주저하지 않고 즉각 빼든 게 바로 봉쇄 카드였습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아르헨티나 전국에 봉쇄조치를 내린 것이죠. 지난 3월 19일의 일이었답니다. 

 

당초에 코로나19 봉쇄는 3월 19일부터 4월 2일까지 보름 예정으로 시행됐는데요. 이후 보통 2~3주 단위로 연장을 거듭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7일로 코로나19 봉쇄는 정확히 100일을 맞았습니다. 

 

오늘이 29일이니까 이제 코로나19 봉쇄는 102일째가 되는군요. 

 

<강력한 봉쇄가 발동되니 길에 사람이 없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다운타운까지 텅텅 비었다는..>

 

강력한 봉쇄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에 비교적 잘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서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은 그야말로 박살이 났죠. 29일 현재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28만 명, 사망자는 5만7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안데스산맥을 끼고 동쪽으로 길게 국경이 붙어 있는 칠레도 난리입니다. 칠레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7만2000명, 누적 사망자는 5500명에 이릅니다.

 

<브라질에서 열린 해변 공동묘지 퍼포먼스. 상황의 심각성이 짐작 되시죠?>

 

반면 아르헨티나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9일 현재 5만7731명, 사망자는 1207명으로 브라질이나 칠레에 비해 현저하게 적습니다.

 

초기에 강력한 봉쇄를 시행한 덕분이죠. 

 

아르헨티나는 비필수 업종에 대한 강제휴업, 일반인 외출금지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한편 국경마저 완전 봉쇄했습니다. 국제공항 부에노스아이레스항도 폐쇄했고요. 

 

<부에노스 아이레스 길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이렇게 조형물만 텅 빈 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건 강력한 봉쇄 덕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봉쇄로 이동을 제한하면서 의료체계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거죠. 

 

실제로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근교의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은 50%대에 머물고 있답니다. 호텔과 군부대 등을 이용한 확진자 격리시설도 상당히 확보해 두었고요. 

 

<아르헨티나 수도권에선 이렇게 통행증이 있어야 외출이 가능하답니다. 경찰이 통행증을 확인하고 있어요.>

 

하지만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르헨티나 연방정부는 지난 4월 2일 코로나19 봉쇄를 연장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자율적으로 봉쇄 수위를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줬는데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이 "갑갑할 테니 야외에서 운동을 해도 좋다" "주말엔 아이들을 데리고 바람쐬기를 해도 된다" "가게들 문 열어라" 이러면서 봉쇄의 수위를 대폭 낮춰버린 것입니다. 

 

<토끼눈을 뜨고 있는 이 분. 고집불통 오라시오 라레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입니다.>

 

봉쇄의 수위를 격하시킨 게 주원인이라고 잘라말하긴 힘들겠지만 아무튼 수도권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섭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연방정부와 부에노스아이레스주(한국으로 치자면 서울과 경계선이 맞닿아 있는 경기도가 되겠죠)가 아무리 설득을 해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은 <소귀에 경읽기> 고집불통이었습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 슈퍼마켓. 카운터에 비닐로 코로나19 안전막(?)을 쳐놨습니다.>

 

결국 일간 확진자가 2500명을 넘어서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은 항복하고 말았는데요. 

 

아르헨티나 연방정부는 7월 1~17일까지 다시 강력한 코로나19 봉쇄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원칙적으로 봉쇄 강화에 동의했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외출을 풀어주기로 해 말이 많습니다. 

 

시장이 왜 이렇게 무모한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네요. 

 

<가운데가 아르헨티나  대통령, 왼쪽은 고집불통 시장, 오른쪽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입니다. >

아무튼 고래힘줄 외고집 시장을 설득해 그나마 봉쇄 수위를 높이도록 설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었답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국민적 피로감, 경제적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경제는 언젠가 회복이 가능해도 사람의 생명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면서 강력한 봉쇄를 밀어붙였습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이틀에 1번꼴로 TV에 나와 국민과 소통하고 있는데요. 그래픽을 들고 나와 코로나19 현황을 직접 브리핑하고 국민들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렇게 그래픽을 갖고 국민에게 코로나 현황을 브리핑합니다. >

 

국민과 자주 소통하다 보니 봉쇄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대체로 찬성 쪽입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르헨티나 국민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 봉쇄 연장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고통스러운 코로나19 봉쇄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건 아르헨티나 연방정부의 부단한 소통 노력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네요.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 돌입한 아르헨티나가 꼭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길 기대하면서 격한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