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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동물의 세계

볼리비아의 유기견 천사, 코로나19로 사망

유기견을 끔찍하게 사랑하고 돌본 <유기견 천사>가 코로나19에 걸려 세상을 떴습니다. 

 

남미 볼리비아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유기견 천사>가 유기견들을 돌보던 볼리비아의 도시 라파스의 시장은 개인의 죽음이지만 이례적으로 애도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자상하고 꼼꼼하게 유기견을 돌본 탓에 <유기견 천사>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남자는 기업인 출신인 페르난도 쿠시너였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쿠시너는 코로나19에 걸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는데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절명하고 말았습니다. 

 

<유기견 천사>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람은 라파스의 시장 이반 아리아스였어요.

 

아리아스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유기견을 위해 몸을 바친 쿠시너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겨내지 못했다"며 "평안하게 영면하길 기도드린다"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중국발 바이러스가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잡아먹고 있네요... ㅠㅠ

 

라파스 시장의 애도의 메시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어요. 

 

아리아스 시장은 "쿠시너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유기견을 향한 사랑의 유산을 남겼다"면서 "그의 유지를 이어 유기견 돌보기에 애쓸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는 생전에 쿠시너가 전개해온 유기견 중성화수술 운동에 특히 각별한 신경을 쓰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유기견 천사> 쿠시너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한때 정말 잘나가던 기업인이었습니다. 의류사업을 했는데 대박을 내서 취미가 세계여행과 파티였다고 해요.  

 

쿠시너는 생전 인터뷰에서  "세계여행을 너무 자주 하다 보니 비자와 출입국 도장이 가득해 유효기간이 남아 있지만 바꾼 여권 10권이나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던 기업인이라 현지 언론은 그의 활동을 소개할 때마다 "럭셔리 생활을 버리고 유기견을 선택한 남자"라고 소개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잘먹고 잘살던 쿠시너가 유기견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015년 우연히 발생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쿠시너가 건강을 위해 즐기던 요가를 하고 나왔는데 우연히 유기견 1마리가 눈에 띈 것이었어요. 쿠시너는 마침 간식거리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이걸 그 유기견에게 줬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유기견의 반응이 쿠시너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유기견은 코를 쿠시너의 손에 비벼대고, 혀로 쿠시너의 손을 핥으면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해요. 

 

감동을 받은 쿠시너는 그 자리에서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동안 세상에서 많은 복을 받아 누리기만 하면서 살았는데 이제 무언가를 돌려주어야겠구나"라고 말이죠. 

 

쿠시너는 당장 이튿날부터 유기견 돌보기에 나섰는데요. 

 

하루 2번 유기견들에게 먹을 걸 공급하고 중성화수술을 시켜주는 게 그가 시작한 활동이었습니다. 

 

유기견 돌보미로 나선 2015년 그가 돌보게 된 유기견은 약 500마리였는데요. 코로나19에 걸려 쓰러지기 직전엔 2000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라파스의 유기견에 대해선 20만 마리라는 설에서부터 50만 마리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추정이 있는데요. 

 

라파스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유기견의 수는 50만 마리입니다. 

 

이게 맞는다면 <유기견의 천사> 쿠시너는 라파스의 유기견 250마리 중 1마리의 생계(?)를 책임져온 셈입니다. 

 

쿠시너는 유기견들에게 사료나 음식 등 먹을거리를 1마리당 하루 1kg씩 공급했는데요. 하루 1개꼴로 소뼈도 구해다 주곤 했다고 해요. 

 

유기견들에겐 정말 이런 무료급식소가 있을 수 없었죠, 게다가 중성화수술까지 공짜. <유기견의 천사>라는 닉네임이 붙은 것도 무리가 아니죠? 

 

그랬던 쿠시너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 사실을 알면 유기견들이 얼마나 슬퍼할까요. 다시 버려진 신세가 될 유기견들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