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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사막에서 걸려온 SOS 전화, 발신자는 누구?

28살 베네수엘라 여자가 사막에서 SOS 전화를 걸었지만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막에서 SOS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요. 사막에서 기적처럼 핸드폰이 터지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28살 젊은 베네수엘라 여자는 왜 사막으로 들어간 것일까요? 

 

<베네수엘라 탈주민들은 이렇게 사막을 가로질러 칠레로 내려갑니다. >

 

베네수엘라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난민을 배출하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진 일이죠?

 

경제가 워낙 좋지 않고 국가가 생지옥이 되자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남미가 지독한 중병을 앓고 있지만 지금도 베네수엘라에선 매일 적게는 700명, 많게는 900명이 탈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캐리어를 끌고 사막을... .참 기가막힙니다.>

사막에서 핸드폰으로 SOS 전화를 건 28살 여자 비비아나 실바도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탈주민이었습니다. 

 

그는 페루를 경유해 페루와 칠레 사이에 있는 타크나 사막을 가로질러 칠레로 들어갈 예정이었다고 해요. 

 

실바는 베네수엘라에서 약 30여 명의 탈주민과 함께 출발을 했는데요. 사막에 들어선 후에 길을 잃었다고 해요. 

 

실바가 길을 잃은 건 배신을 때린 가이드 때문이었습니다. 

 

탈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사막 길을 안내해주기로 한 가이드가 돈만 챙기고는 사막에 탈주민들을 버려두고 도망을 가버린 것입니다. 

 

졸지에 사막에서 오갈 곳이 없게 된 실바는 베네수엘라에 있는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난달 30일의 일이었다네요. 

 

실바는 삼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3일째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어요. 이대로 죽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네요. 

 

그는 "칠레로 향한다는 긴 언덕에 올라가고 있는데 더 이상 오를 힘이 없다"고 했다고 해요. 

 

아무튼 페루 경찰은 사막에서 조난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됐고, 경찰과 구조대를 급파했는데요. 탈주민 22명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실바와 함께 출발했다가 페루 구조대에 구조된 22명 탈주민들입니다.>

하지만 실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페루 경찰은 "실바를 포함해 사막에서 행방을 확인할 수 없는 탈주민이 최소한 8명 더 있는 것 같다"고 밝혔어요. 

 

그들은 살아 있는 것일까요? 

 

살기가 너무 힘들어져 조국을 이렇게 떠날 수밖에 없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마음이 짠한데요. 

 

어렵게 사망을 가로질러 칠레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고생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칠레 국경에서 경찰에 걸려서 입국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사막 끝자락까지 내려왔지만 칠레 국경에서 칠레 경찰에 붙잡힌 베네수엘라 탈주민들입니다.>

베네수엘라의 탈주민 문제는 이미 중남미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각종 통계를 취합하면 2015년 이후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주민은 최소한 560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닌 것이죠. 

 

탈주민들이 무작정 국경을 넘어 불법체류를 일삼고 있으니 주변 국가들의 걱정이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걸어서 조국  베네수엘라를 떠나고 있는 탈주민들입니다.>

 

미주기구는 최근 한 보고서를 냈는데요. 

 

지금처럼 탈주민 행렬이 이어진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베네수엘라를 탈주한 난민(탈주민)은 무려 7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내전으로 670만 명의 난민을 낸 시리아를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경제위기가 전쟁보다 무섭다는 얘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