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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버스 타고 TV뉴스 생방송을? 베네수엘라의 대체언론

베네수엘라에서 일명 대체 언론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신문 같은 전통적인 언론매체가 위기에 봉착하자 기자들이 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어설프지만 끈질기게 뉴스를 전하고 있는 것인데요. 

 

베네수엘라 정부의 무자비한 언론 탄압이 그 원인이라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가장 유행하고 있는 게 바로 TV뉴스입니다. "TV뉴스라고? 그게 뭐가 어설픈데...?"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포스팅에 올린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진짜 TV뉴스가 절대 아니니까요. 

 

종이로 아주 옛날 제품인 브라운관 TV 모양의 틀을 만들고, 이걸 얼굴 앞에 대고는 뉴스 방송 흉내(?) 내는 것입니다. 

 

어디에서 방송을 하냐고요? 

 

기자들은 주로 버스에 올라 TV 모양의 틀을 손에 들고 방송을 합니다.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들이 순식간에 시청자로 변하는 셈이죠. 

 

사람들이 많은 동네를 찾아가 길거리에서 방송을 하기도 한다고 해요. 

 

<카피톨리오 버스TV 뉴스>도 이런 아날로그 방식의 웃픈 뉴스매체 중 하나인데요. 

 

<카피톨리오 버스TV 뉴스>의 진행자인 기자 후안 팔로 라레스는 버스에 올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카피톨리오 버스TV 뉴스입니다"라는 멘트로 뉴스를 시작하곤 합니다. 

 

승객들은 바로 그의 말을 기울이기 시작하는데요. 팔로 라레스는 그런 승객들을 위해 열심을 다해 뉴스를 전한다고 하네요. 

 

기자들은 왜 이런 방법으로 뉴스를 전하고 있는 것일까요? 

 

베네수엘라의 언론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고사 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범인은 바로 베네수엘라 정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죠. 

 

마두로 대통령은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임하고 있는데요. 

 

1999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된 우고 차베스는 취임 일성으로 "독립 언론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적"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언론에 적대감을 드러낸 그는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기 시작했는데요. 지금의 마두로 대통령이 이 정책을 그대로 승계해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선 천문학적인 벌금을 때리기 일쑤고요, 신문이면 신문용지의 공급을 끊어버립니다. 

 

이러니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으로선 살아남기 힘들죠. 

 

베네수엘라의 민단단체 '퍼블릭 스페이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23개 주 가운데 11개 주에선 지역신문의 씨가 아주 통째 말랐다고 해요. 언론들이 몰살을 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 신문가판대를 운영하는 프란치스코 마르케스의 말을 들어보면 더욱 황당합니다. 

 

마르케스가 매일 팔라고 받는 신문은 겨우... 고작 3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하루에 팔 수 있는 신문이 겨우 3부... 이러니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겠나요...

 

기적처럼 살아남은 신문들도 호구지책으로 생명줄을 이어가기에 급급합니다. 

 

베네수엘라에는 전국 언론상까지 받은 <라나시온>이라는 유력 신문사가 있는데요. 이 신문은 과거 30면이었던 신문을 15면으로 줄여 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문의 두께가 절반으로 줄어버린 것이죠. 

 

그래도 종이가 부족해 아예 신문 발행을 주 5회에서 주 4회로 축소했다네요.

 

답답한 나머지 기자들은 자신들이 쓴 기사를 종이로 출력해 신문 대신 무료로 나눠주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 과연 언제까지 이런 억제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네요. 

 

악행은 분명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