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월세 사는 35살 청년 대통령, 신선함 만랩

나라마다 규모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통령은 철통같은 경호가 이뤄지는 전용 저택에 사는 게 보통이죠? 

 

그런데 이런 통념을 깨고 월세 사는 대통령을 남미에서 곧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과연 남미는 달나라 세상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월세 사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위의 사진은 취임을 앞둔 칠레의 대통령 당선인 가브리엘 보릭(35)이 취임하면 들어가서 살 집입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윤가이라는 동네에 있는 이 집은 월셋집입니다. 

 

네~ 맞습니다.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내야 하는 집이란 것이죠. 

 

보릭 대통령 당선자가 재임기간 중 대통령의 보금자리를 두기로 한 윤가이는 역사가 깊은, 오래된 동네입니다. 

 

그가 월세로 얻은 집은 유럽풍 고택으로 규모는 500m2,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 평으로 환산하면 약 151평 정도가 됩니다. 크고 작은 방과 거실 등 17개 공간이 있고, 화장실은 9개나 된다고 해요. 

 

덩치가 있는 집이다 보니 과거에는 호스탈(저렴한 서민용 숙박시설), 의료센터, 피자가게 등으로 사용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월셋집은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929년 사용승인이 났다고 하니 7년 모자란 100년이 이 집의 나이입니다. 오래된 집인 만큼 그간 여러 차례 손바뀜을 통해 지금은 금융업에 종사하는 한 남자가 보유하고 있다고 해요.  

 

이 남자는 "대통령을 세입자로 두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보릭 대통령 당선자는 1월부터 취임 후 살 곳을 알아보았다고 하는데요. 

 

최종적으로 이 집을 낙점한 것은 대통령 당선자의 애인이자 동거인인 이리나 카라마노스(사진 위 오른쪽)였다고 합니다. 집을 둘러보고 마음에 쏙 들었는지 바로 <OK>라고 했다네요. 

 

올해 35살인 보릭 대통령 당선인은 아직 미혼입니다. 대신 애인과 동거를 하고 있죠. 

 

지금의 소유주는 이 집을 구입한 뒤 약 2년간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직접 살아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이 커서 돈도 많이 드는 데다 불편한 점도 많았다고 해요. 그는 "큰 집에 살아 보니 안방에서 부엌까지 50m 가까이 걸어가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2019년 집을 처분하려고 매물로 내놓기도 했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매도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집이 팔리지 않자 월세로 돌려 요가센터, 호스텔 등이 들어서기도 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집은 비워진 상태였다고 해요. 그러다 대통령을 세입자로 맞게 된 것입니다. 

 

보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후 월셋집에 살기로 하면서 동네 윤가이의 주민들은 갑자기 대통령의 이웃이 되게 생겼는데요. 

 

윤가이는 과거 부촌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서민 동네가 된 곳이라고 합니다. 

 

노점상, 타투이스트, 길거리 음악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 서민들이 대통령의 이웃이 되게 된 것입니다. 

 

노점상 펠리페 푸엔테스도 대통령의 이웃이 될 주민 중 한 명인데요. 

 

그에 따르면 윤가이에는 서민들과 함께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지 출신의 외국인도 적지 않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푸엔테스는 "어쩌면 오늘날 칠레의 국가상, 사회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동네가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다"면서 "대통령 당선인이 참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새 이웃이 될 대통령을 환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