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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칠레 광산 붕괴 10년, 33명 광부들은 지금

11년 전 칠레에서 발생한 세계적인 사고가 있습니다.

 

2010년 8월 5일 칠레 산호세 코피아포에서 광산의 입구가 붕괴되면서 광부 33명이 한꺼번에 지하에 매몰된 사고였습니다. 세계가 떠들썩했죠. 

 

당시 광부들은 "우리는 모두 무사하다"는 쪽지를 지상에 전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장장 69일 동안 매몰된 곳에서 갇혀 지내야 했습니다. 

 

이 광부들이 최근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분 승소했습니다. 

 

칠레 사법부는 국가의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광부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는데요. 

 

소송에 참가한 광부들은 1인당 5만5000달러, 그러니까 지금의 환율로 5580만 정도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매몰된 광부들의 당시 모습이에요.>

사실 배상금은 크게 깎인 것입니다. 

 

광부들이 국가를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을 낸 건 사고가 발생한 지 3년 만인 지난 2013년이었습니다. 

 

2018년 1심 재판부는 국가의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광부 1인당 1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죠. 

 

<구조된 한 광부가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습니다. 

 

이유는 배상금의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었죠. 

 

칠레 정부 측 변호인들은 "광부들에게 종신 연금까지 지급하고 있는데 배상금의 금액이 너무 많다"면서 고등법원에 항소했습니다. 

 

정부 측 주장은 사실관계 면에서 맞는 말입니다. 

 

칠레는 매몰 사고를 당했다가 구조된 광부들에게 월 550달러(약 55만원) 종신 연금을 지급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걸로 광부들이 겪은 정신적 피해가 배상됐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생존한 광부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광부들이 겪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33인 매몰 광부 중 한 명인 마리오 세풀베다는 "(배상 판결이 내려졌지만) 피해자인 우리가 겪는 고통은 그 어떤 배상으로도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 원하는 건 배상이 아니라) 평안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고가 난 후 (심리적 후유증으로) 다시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사람도 있다"면서 "구조된 동료들 중에는 지금도 매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어요. 

 

<생존자인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의 현재 모습입니다.>

아무튼 뒤늦게라도 칠레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물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칠레 고등법원은 "국가의 관리감독 소홀에서 사고가 비롯된 것"이라고 봤습니다. 광산에 대한 안전 관리와 감독의 의무에서 국가에 과실이 있다고 본 것이죠. 

 

칠레는 광산업이 주요 산업 중 하나인데 이런 사고에 대한 판결에서 멋진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판단되네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칠레의 광부 매몰 사고는 33명이 지상에 생존 신호를 보내면서 세계적인 뉴스가 됐습니다. 

 

칠레는 매몰 현장까지 터널을 뚫고 특별히 제작한 구조캡슐을 내려 보내 광부들을 1명씩 구조했는데요. 

 

당시 CNN 같은 언론매체들은 감동적인 구조작업을 생중계하기도 했습니다. 

 

<오른쪽은 구조된 광부를 얼싸안고 기뻐하는 대통령입니다. 칠레 대통령은 구조현장에 직접 나가 있었습니다.>

 

한편 이번에 배상을 받게 된 광부는 33명이 아니라 31명인데요.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된 광부 2명은 개인적 사정으로 소송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뒤늦게 후회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