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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학살범 시신 처리 놓고 떠들썩한 콜롬비아

80년대 페루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좌파 무장게릴라 단체가 있습니다. 

 

<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였는데요. 

 

이 단체를 결성한 남자가 옥중 사망하는 바람에 페루에서 시신 처리 방안을 놓고 떠들썩합니다. 무덤을 만들게 하면 테러세력의 성지가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죠. 

 

위의 사진이 죽어서도 페루를 뒤흔들고 있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아비마엘 구스만(86)이름의 남자인데요. 그는 1980년 센데로 루미노소를 결성한 무장게릴라 우두머리였습니다. 

 

센데로 루미노소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1992년까지 12년간 페루의 공산화 혁명을 위해 게릴라전을 벌이며 자그마치 주민 6만9000여 명을 살해했습니다. 

 

구스만이라는 이 남자가 직접 처형하거나 죽이라고 명령한 주민만 수천 명이라고 하니 이런 살인마가 없죠. 

 

그는 1992년 채포된 후 학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는데요. 지금까지 그는 줄곧 테러리스트, 학살범으로 불려왔습니다. 

 

구스만은 철통보안으로 유명한 페루의 해군기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지난 11일 사망했습니다. 

 

그의 옥중사망 원인은 양측성 폐렴이었는데요. 

 

올해 86세가 된 노인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사상적(?) 고집이 엄청났다고 합니다. 식사를 거부하고, 치료도 받지 않겠다고 버텨 교도소의 속을 썪였다고 해요,. 

 

아무튼 희대의 살인마이자 학살범인 그는 결국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렇게 교도소에서 사람이 죽으면 가족에게 시신을 넘겨주도록 되어 있는데요. 

 

구스만의 시신 처리를 놓고는 논쟁이 한창입니다. 구스만의 시신을 누군가에게 넘겨줘 무덤을 만들게 하면 여기가 옛 게릴라 투쟁을 아직 추종하는 세력의 성지가 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죠.

 

미국이 오사마 빈라덴의 시신을 수장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고 하죠? 

 

논란에 불이 붙자 페루 정부는 처음엔 "검찰이 처리할 문제"라면서 거리를 두었었는데요.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격화되자 결국은 입장을 냈습니다. 

 

법무장관이 나서 "검찰, 뭐하고 있나? 빨리 시신을 화장해서 바다에 뿌리라"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적용할 법이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시신의 처리와 관련해 현행법엔 규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구스만이 옥중사망한 후 페루 시민들이 테러리즘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압박이 심해지자 검찰은 법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예 의회에 법안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검찰이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죠? 

 

그런데 사실 구스만의 시신을 찾으려는 가족이 없는 건 아닙니다 

 

<1980년대 센데로 루미노소에 살해된 사람의 장례 행렬입니다.>

 

그의 부인이 있는데요. 부인도 센데로 루미노소에 몸담았다가 체포되는 바람에 지금 무기징역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부인은 남편의 시신을 인수하기 위해 교도소 밖에 있는 3자에게 위임장을 써주었는데요, 이 위임장의 법률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시신을 찾진 못했습니다. 

 

죽어서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구스만, 그의 시신이 어떻게 처리될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