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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홍해의 기적

멀리 남미에서 성경에 나오는 홍해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너무 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두 나라의 국경이 만나는 곳에서 강물이 마르고 밑바닥이 드러난 것입니다. 

 

덕분에 주민들은 배를 타고 건너던 국경을 이제 슬슬 걸어서 건널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정도면 홍해의 기적이 일었나는 말이 과언은 아니죠. 

 

바짝 말라버린 건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간 국경 역할을 하고 있는 파라나 강입니다. 

 

이 강은 길이가 4800km에 달하는데요. 세계에서 14번째로 긴 강입니다. 그 마지막 구간이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국경에 흐르는 것이죠. 

 

워낙 크고 깊은 강이라 그간 국경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는데요. 

 

최근의 모습을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구간 강의 수심은 낮은 곳이  2.30m, 높은 곳은 3.10m였는데요. 

 

지금은 해수면과 비교할 때 26cm까지 떨어졌습니다. 강이 바짝 마르면서 해수면보다 더 낮아져버린 것입니다. 

 

덕분에 이제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주민들은 슬슬 걸어서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뗏목까지 만들어서 밀수가 성행했던 곳인데 이젠 걸어서 국경을 넘게 된 것입니다. 

 

한 여자주민은 "생필품을 더 싸게 사려는 주민들이 걸어서 아무 데서나 국경을 넘고 있다"고 했는데요. 아르헨티나나 파라과이나 그 어느 나라도 월경을 통제하지 않고 있다고 해요.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좋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각에선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왕래가 잦고 늘어날수록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죠. 

 

사실 아르헨티나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국가를 철저히 봉쇄하고 있습니다. 해외입국자를 줄이기 위해 항공편을 축소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아르헨티나로 항공을 통해 입국할 수 있는 사람은 하루 1200명으로 제한되고 있답니다. 

 

육로 국경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옆 동네 놀러가듯 잠깐 브라질에 넘어갔다가 국경이 막히는 바람에 귀가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집이 코앞에 있는데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소연하는 주민들의 인터뷰가 언론에 심심치 않게 실리고 있습니다. 

 

강이 이렇게 바짝 말라버린 건 장기화하고 있는 가뭄 때문인데요. 아르헨티나의 수자원연구소는 "1944년 이후 파라나 강이 이렇게 마른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전례를 찾기 힘든 가뭄이 2년간 지속되면서 강이 견디지 못하고 밑바닥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당장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요. 수자원연구소는 "앞으로 최소한 3개월 동안 가뭄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파라과이와의 국경에 있는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주(州)는 8월 1일을 기해 180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요. 가뭄 해결을 위해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