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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베네수엘라 여자들의 원정출산 이유

얼마 전입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떼지어 콜롬비아로 넘어갔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 국경을 넘은 사람이 하루에만 무려 2만6000여 명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장을 보기 위해, 굶지 않기 위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었죠.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어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만 국경을 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임신한 여성들도 줄지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원정출산을 위해서요.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국경을 넘는 여성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원정출산은 임신한 베네수엘라 여성들에겐 생사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이아나 삼브라노는 21살 베네수엘라 여성입니다.

1살 된 아들을 둔 그는 둘째를 임신했는데요.  3개월 전 고향인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를 떠나 콜롬비아의 카투타로 들어갔습니다. 버스를 타고 1200km나 이동해야 하는 긴 여정이었어요.

​현재 임신 34주가 된 삼브라노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국경을 넘은 건 자신과 태아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콜롬비아 카투타에 있는 에라스모메오스 대학병원을 찾았는데요. 병원은 "몸무게가 너무 줄었다"면서 입원을 권유했습니다.

태아도 폐가 자라지 않은 상태였다고 하네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너무 못 먹은 탓이었어요.

삼브라노는 "먹을 게 있어도 1살 된 아들에게 양보하다 보니 베네수엘라에 있을 땐 제대로 세 끼를 먹을 수 없었다"고 울먹였습니다.

다행히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삼브라노와 태아는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하네요.

​문제는 이런 여성이 삼브라노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죠.

​수없이 많은 여성들이 자신과 태아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네수엘라 보건부가 작성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베네수엘라에선 0~1살 유아 1만1466명이 사망했답니다. 아동사망률이 30.12% 높아졌군요.

산모들도 위험해지고 있어요. 산모사망률은 65%나 상승했다고 하거든요.

​이쯤 되면 출산은 목숨을 건 도박처렴 여겨지는 게 당연하겠죠.

 

고마운 건 콜롬비아입니다.

​콜롬비아는 이렇게 국경을 넘는 여성들을 난민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고 있네요. 자국민처럼 똑같이 무료로 치료를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한계에 다다를지 몰라 걱정이라는군요.

카투타의 에라스모메오스 병원의 경우 2015년 9~12월 655명, 2016년 2300명, 올 상반기 1400명 등으로 무료치료를 받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무료치료에 쓴 돈만 해도 18억원에 이른다는데요.

병원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야전병원이라도 차려야겠지만 문제는 재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유엔이나 미주기구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콜롬비아의 따뜻한 마음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겠습니다.

Gracias 콜롬비아!


오늘의 스페인어 단어는 국경입니다.

 

국경은 스페인어로 frontera라고 합니다. 남미는 서로 적대적인 국가가 없어서 그런지 국경에 경계선도 없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래도 정식(?) 도로로 국경을 지날 때는 보통 검문대를 통과하게 되는데요. 국경검문소는 스페인어로 보통

control de frontera이라고 해요.

말 그대로 국경의 출입을 컨트롤하는 곳이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