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볼리비아에서 산파들이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산파라면 여자가 출산할 때 아기를 받아주는 사람이죠. 이제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직업인데 코로나 때문에 남미에선 일이 늘어나 바빠진 직업이 되었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현지 언론에는 최근 임신부 이르마 아란시비아의 사연이 소개됐습니다.
이미 여섯 자녀의 엄마인 아란시비아는 일곱째를 임신 중인데요. 앞서 공립병원에서 출산한 여섯 자녀와 달리 일곱째는 산파를 불러 집에서 아기를 낳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란시비아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코로나19 때문입니다. 볼리비아는 의료시스템이 열악한 편인데요. 특히 공공의료시스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실상 붕괴된 상태라고 합니다.
게다가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의 코로나19 양성률은 특히 높다고 해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볼리비아 임신부들의 코로나19 양성률은 80%에 이르고 있습니다. 볼리비아의 임신부 5명 중 4명은 코로나19에 걸린 상태라는 거죠.
그러니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면 코로나19 감염부터 걱정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의료시스템 붕괴로 입원도 쉽지 않지만요)
아란시비아는 "팬데믹이 시작된 후 병원에 가는 게 두려워졌다"며 "병원보다는 코로나19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 출산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어쩌면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병원 대신 집에서 아기를 출산하려면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고요, 혹시라도 난산을 하게 된다고 해도 응급조치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집에서 출산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건 "코로나19 불안에 떠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덕분에 산파들은 바빠졌습니다.
볼리비아 보건부로부터 자격증을 받고 활동 중인 산파는 200명 정도라고 하는데요. 최근 일이 늘어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산파 1명이 매월 평균 2명 정도 아기를 받았는데 최근엔 월평균 15명씩 아기를 받고 있다고 하거든요.
비율로 치면 일이 750% 늘어난 셈입니다. 이에 따라 수입도 부쩍 늘어나겠죠? 그야말로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몸도 고달파졌습니다. 24시간 출동할 채비를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볼리비아의 산파 리나 스벤센은 "미리 출산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하는 예비 엄마들도 많지만 갑자기 산통을 느껴 산파를 부르는 경우도 꽤나 많다"고 했는데요. 부름을 받으면 항상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던 직업 산파를 살려낸 것인데요.
코로나19로 벌어지는 웃픈 일이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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