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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여름에 얼어 죽는 남미 사람들 이야기

남반구는 지금 여름이 한창입니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선 최근 온도가 40도를 넘어서면서 찜통더위가 맘껏 기승을 부렸죠. 

 

1월 말이면 아직은 여름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남미에서 얼어 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사건이 발생한 곳은 칠레입니다. 

 

칠레 북부 국경지대 피시가 카르파라는 곳에서 동사한 40대 베네수엘라 남자가 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사체가 발견된 건 24일 저녁이었다고 해요. 

 

사체로 발견된 남자는 에드가르 사파타라는 이름의 47세 남자였는데요.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그는 걸어서 5개국을 경유한 끝에 칠레 국경까지 왔는데 그만 동사라는 봉변을 당했네요. 

 

충격적인 건 이번이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지난 14일 피시가 카르파에선 한 페루 남자가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남미는 지금 여름이 한창이라고 설명 드렸죠? 그런데 어떻게 지금 추위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일까요?

 

일교차가 워낙 큰 산악지대를 헤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이랍니다.

 

베네수엘라 남자의 사체가 발견된 피시가 카르파는 해발 3600고지 산악지대입니다. 여름에도 밤이면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곤 한다고 해요. 

 

칠레 경찰은 "밀입국을 위해 산을 타던 남자가 극단적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은 것"이라고 사인을 밝혔는데요. 

 

이번에 발견된 베네수엘라 남자나 14일 발견된 페루 남자는 모두 칠레에 밀입국하려고 고산지역 국경에서 산을 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칠레는 중남미에서 경제-사회적으로 가장 안정된 국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렇다 보니 칠레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난민 신세가 된 베네수엘라 주민들에게 칠레는 그야말로 <꿈의 나라>처럼 여겨지게 됐죠. 

 

특히 코로나가 터지면서 칠레로 밀려드는 외국인들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사정도 복잡한데 꾸역꾸역 밀려드는 외국인들... 칠레는 결국 강력한 국경봉쇄를 단행했습니다. 

 

산을 넘어 밀입국을 시도하는 외국인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리고 워낙 이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 여름에도 동사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거예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칠레 국경에서 사체로 발견된 외국인은 23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산을 타다가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들이었네요. 

 

UNHCR는 "여러 날 먹지도 못한 채 산을 타는 이주 희망자들은 완전한 탈진 상태가 된다"며 "저체온증, 고산병 등이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무조건 다 받아줄 수도 없고, 언제까지 외면만 하고 있을 수도 없고...

 

칠레는 지난해 10월부터 임시수용시설을 설치하고 국경에서 발견되는 외국인들에게 임시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워낙 많은 사람이 밀려들어 수용능력은 한계에 도달한 지 오래라고 합니다. 

 

UNHCR에 따르면 지금도 칠레 밀입국을 위해 칠레-볼리비아 국경을 걸어서 넘는 베네수엘라 주민들은 하루 평균 50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열흘이면 5000명, 1개월이면 1만5000명인데 칠레가 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다 감당하겠어요. 칠레 국경지대 고산지역은 당분간 밀입국을 원하는 외국인들로 북적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협하는 고산지대의 추위... 동사 사건도 당분간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