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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남미 사막 한복판에 쌓여가는 헌 옷들

 

남미 사막 한복판에 거대한 헌옷 쓰레기장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막의 헌옷 쓰레기장은 그 크기만도 300헥타르에 달하는데요. 국제규격 축구장의 크기가 0.7헥타르 정도라고 하니 도대체 축구장의 몇 배가 되는 겁니까...

 

그리고 사막 한복판에 헌옷 쓰레기장이 생긴 건 무슨 까닭일까요...

 

헌옷 쓰레기장이 있는 곳은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입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장장 1800km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오지는 아닙니다. 칠레의 유명한 자유무역지대 이키케가 있는 곳이거든요. 

 

사막에 가면 곳곳에 헌옷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헌옷들이 널브러져 있는데 그 길이도 엄청나네요, 끝이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타카마의 헌옷 쓰레기장은 중남미 최대 규모입니다.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이르기까지 이보다 더 큰 헌옷 쓰레기장은 없다는 얘기죠. 

 

도대체 수많은 헌옷들은 무슨 사연으로 아메리카 끝자락 남미 사막까지 이동(?)해 버러진 신세가 된 것일까요? 

 

사막에 쌓여 있는 헌옷들은 세계 각지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팔렸던 중고의류입니다. 

 

미국의 구호단체 등이 구제용으로 수입했다가 다시 매물로 내놓은 것을 칠레의 중고의류 업체들이 사들여 멀리 남미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죠. 

 

칠레는 중남미에서 가장 많은 중고의류를 수입하는 국가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칠레의 연간 중고의류 수입량은 5만9000톤에 달한다고 해요. 

 

매년 6만 톤에 육박하는 중고의류, 그러니까 헌옷이 수입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중요한 경유지가 바로 이키케 자유무역지대입니다. 

 

세금이 없기 때문에 헌옷들이 여기로 마구 밀려든다고 해요. 

 

이키케를 통해 칠레에 들어온 헌옷은 칠레 각지는 물론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인접국가로도 활발하게 팔려나가는데요. 

 

팔리지 않고 버려지는 헌옷도 엄청나게 많다고 합니다. 

 

헌옷이라는 게 사실 정밀한 검품 후 선적되는 게 아니라 판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옷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간 수입량이 5만9000톤에 달하는 중고의류 중 4만 톤 정도가 버려진다고 하니 비율로 따지면 엄청나죠?

 

수입량의 60% 이상이 버려지고 있다는 뜻이 되니까요. 

 

사막에 쌓여가는 헌옷 쓰레기들은 바로 이렇게 버려진 옷들인 것입니다. 

 

사실 칠레에는 쓰레기 투기에 대한 규정이 있어 옷을 함부로 아무 데나 버리면 안 됩니다. 

 

그런데 중고의류 수입업체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판매 불가능한 헌옷들을 사막에 마구 갖다 버리고 있다고 해요. 

 

한 중고의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트럭기사에게 뒷돈을 주면 얼마든지 헌옷 쓰레기를 사막에 갖다 내버려준다"고 말했어요. 비양심적이지만 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잔뜩 쌓여가는 헌옷 쓰레기가 엄청난 환경 피해를 유발한다는 데 있습니다. 

 

원단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단정적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요, 폴리에스터 옷이 썩는 데는 20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해요. 

 

게다가 칠레에선 해마다 버린 헌옷에 불이 붙어 대형화재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한 번 불이 나면 짧게는 2일, 길게는 10일까지 지속된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죠. 

 

현지 언론은 "결국 헌옷은 소각밖에 해결책이 없지만 이 또한 환경피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는데요. 

 

환경단체들은 정부에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