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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베네수엘라 카리브엔 보트피플이 있습니다

오늘은 베네수엘라 보트피플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역사상 최대 난민을 만들어낸 베네수엘라에서 보트를 타고 탈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요. 

 

육지를 통해 건너갈 수 있는 나라가 사방에 천지인데 보트를 타고 탈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약간은 신기하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도 많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 이야기로 포스트를 시작할게요. 

 

카리브의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안경비대는 5일 자정쯤 해상국경을 넘어 자국 해역으로 들어오는 정체불명의 선박 1척을 발견했습니다. 

 

해안경비대는 매뉴얼에 따라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선박은 불복하고 냅다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어요. 

 

해안경비대가 따라붙으면서 카리브에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됐는데요.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안경비대는 도망가는 정체불명의 선박을 항해 총격을 가하고 나서야 배를 멈춰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박을 검문해 보니 배에는 보트피플, 즉 배를 타고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탈주민들이 타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젊은 여자가 피를 흘리는 아기를 안고 있더랍니다. 아기는 1살 된 영아였는데 해안경비대가 쏜 총을 맞은 것이었습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안경비대는 엄마를 진정시키고 아기를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기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고 하네요. 

 

아기가 아니었으면 아기를 품에 안고 있던 엄마가 총을 맞았을 텐데... 아기가 엄마를 구하고 저세상으로 떠난 것이었습니다. 

 

입장이 난처해진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안경비대는 해명 성명을 냈는데요. 

 

해안경비대는 "메가폰을 통한 방송, 조명, 탐조등, 조명탄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문제의 선박을 세우려 했지만 불복하고 도주, 불가피하게 발생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1살 아기의 죽음에 대해 완곡하게 유감을 표시한 것이죠. 

 

하지만 사건이 알려지자 베네수엘라는 발끈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자칭 임시대통령 후안 과이도는 이번 사건을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안경비대의 만행으로 규정하고 사법 정의를 촉구했어요. 

 

그는 "독재에서 벗어나려던 1살 아기의 죽음에 영혼까지 아프고 슬프다"면서 "민간인에 대한 발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미 이런 사고가 예고됐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안경비대가 보트피플을 향해 총을 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언젠가는 이렇게 총을 맞고 숨지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베네수엘라에서 카리브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까지는 12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탈주민들은 주로 베네수엘라 동부 델타 아마쿠로주(州)에서 배를 타고 트리니다드토바고로 몰래 건너가고 있다고 합니다. 

 

탈주민들을 태운 이른바 <이민선>이 하루 평균 6~10척 베네수엘라에서 출항한다고 하니 보트피플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어요. 

 

현지 언론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보트를 타고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려던 탈주민 100여 명이 각종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습니다. 

 

500만 명이 넘는 난민을 만들어낸 베네수엘라에서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