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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세계최대최고~

100년 된 고물차 몰며 세계여행 22년

자동차로 세계일주. 누구나 한번쯤은 꿔봤을 법한 꿈인데요.

 

자동차를 타고 5대륙을, 그것도 20년 넘게 여행한 아르헨티나의 가족이 있어 화제입니다. 

 

가족은 자동차 세계여행을 마치고 최근 아르헨티나로 귀국해 대대적이고도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기네스에 역사상 가장 긴 세계여행으로 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대기록을 세운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의 사프 가족입니다. 

 

사프 일가는 지난 13일 아르헨티나에 귀국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 광장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는데요. 정말 인기 연예인 부럽지 않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프 일가의 귀국은 22년 만이었거든요. 사프 일가가 자동차 세계여행을 떠난 지난 2000년 1월 25일이었다니 말이죠. 

 

남편 에르만 사프(53)와 부인 칸델라리아(51)는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2030 청년들이었는데요. 

 

22년 만에 돌아오다 보니 이제는 이마에 주름살이 엿보이는, 여기저기 난 흰머리도 감추기 힘든 50대 중년이 됐습니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자동차 세계여행으로 보낸 셈이니까 이런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죠. 

 

하지만 더 큰 변화가 있습니다. 가족의 수가 확 불어난 것입니다. 

 

2000년 자동차 세계여행을 떠난 사람은 단 두 사람, 부부뿐이었어요. 하지만 돌아온 사람은 400% 늘어난 6명이었죠. 

 

자동차를 타고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사프 부부에게 자녀들이 생긴 겁니다. 부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2남 2녀가 있답니다. 

 

사프 부부가 여행을 떠난 2000년 당시 두 사람은 6년차 부부였다고 합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근교에 집까지 짓고 고생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막 마련한 때였죠. 

 

하지만 그때 "우리가 꿈꾸던 자동차 세계여행, 지금 안 하면 언제 하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부부가 자동차 세계여행을 떠난 동기, 참 단순하죠? 

 

그래서 두 사람은 저축한 돈 6000달러를 들고 자동차 세계여행에 나섰는데요, 지금의 환율로 740만 원 정도 되네요. 

 

이렇게 시작한 세계여행을 22년 동안 계속했다니... 참 신박하면서도 경이롭기까지 하네요. 

 

22년 동안 사프 일가는 5대륙 102개 국가를 방문했습니다. 자동차로 달린 거리는 자그마치 36만2000km에 달한다고 해요. 장거리를 뛰면서 자동차 타이어를 세트로 8번이나 교체해야 했다고 하는군요. 

 

아! 사프 일가의 자동차 세계여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녀석이 있죠. 샤프 일가의 애마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빈 자동차 말입니다. 

 

샤프 일가의 애마였던 자동차는 부부가 여행을 떠나기 전 지인이 "그냥 너 가져~"라면서 선물로 준 1928년식 자동차였습니다. 

 

마치 고종이 타던 차 같은, 지금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자동차인데요. 지금은 없어진 미국의 자동차회사 그레이엄 페이지가 생산한 모델이라고 하는군요. 

 

처음에 선물로 받은 자동차는 형편없었다고 합니다. 도색이 까져서 겉모습도 엉망이었고, 기계적으로도 관리를 하지 않아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다고 해요. 

 

부부는 그런 자동차를 수리해 세계여행에 나선 겁니다. 

 

남편 에르만 사프는 "최신형 4륜 구동 SUV라도 거친 여행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제 차령(자동차 나이) 100살을 바라보는 고물이지만 이 차로 여행을 떠나길 정말 잘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로 세계를 여행하면서 사프 일가에겐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해요. 

 

잠자리를 내준 세계 각국의 가정이 어림잡아 2000은 될 것이라고 하니 얼마나 에피소드가 많겠어요. 분쟁이나 전쟁 때문에 발목이 잡혀 이동을 못한 채 꼼짝없이 한 곳에 묶여(?) 있었던 적도 있고요. 

 

부부는 이런 에피소드를 엮어서 책을 냈는데요. 인지수입으로 여행경비를 댔다고 합니다. 책은 지금까지 10만 권 이상 팔렸다고 하네요. 

 

사프 부부에겐 자동차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태어난 자녀 4명이 있다고 말씀드렸죠. 

 

재밌는 4자녀의 국적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입니다. 19살 장남은 미국에서, 16살 차남은 아르헨티나에 잠깐 들렸을 때 태어났고, 14살 큰딸과 12살 둘째 딸 왈라비는 캐나다와 호주에서 각각 출생했다고 해요. 

 

태어난 곳이 다르다 보니 생긴 일인데 본의 아니게 다문화 가정이 된 셈이네요. 

 

22년간 5대륙 102개국을 방문한 자동차 세계여행. 전무후무할 듯한 기록을 세운 사프 일가는 어떤 소감일까요? 

 

에르만 사프는 ""꿈이 끝났다고 해야 할지, 꿈을 이뤘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사실을 정말 실감나게 표현한 듯하네요. 

 

하지만 사프 일가의 도전은 아직 끝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에르만 사프는 "자동차를 타고 육지로 세계여행을 했으니 이제 범선을 타고 바다로 세계여행을 해볼까 한다"고 말했어요. 

 

<사프 일가가 범선을 타고 대서양에서 돛을 올렸다> 이런 소식을 듣는 날이 분명 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