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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16살 여학생이 피살되기 전 보낸 사진

남미 콜롬비아에서 16살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남자가 주민들에게 얻어맞고 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주민들은 경찰에 붙잡혀 연행되던 남자를 끌어내 그들의 손으로 직접 사법정의를 구현하겠다면서 남자를 폭행했는데요.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결정적으로 작용한 건 끔찍한 일을 겪고 살해된 여학생이 죽기 직전 가족들에게 보낸 1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콜롬비아 북부 산탄데르주(州)의 카치라에서 최근에 벌어진 일입니다. 

 

사망한 여학생 카리나 블랑코는 사건이 발생한 날 여느 때처럼 등교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농촌에 사는 카리나는 집에서 나와 한참을 걸어야 버스가 다니는 큰 길에 닿게 되는데요. 이날도 카리나는 버스를 타려고 흙길을 걸어 큰 길로 나가다가 어느 순간 연기처럼 증발했습니다. 

 

카리나가 학교에 가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냈죠. 벌써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죠? 가족과 경찰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안타깝게도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카치라의 한 강에서 카리나는 변사체로 발견되고 말았습니다. 

 

카리나에게선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나왔어요. 가슴과 복부 등에선 칼에 찔린 자국이 발견됐고요.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정말 빠르게 50대 남자를 용의자로 검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카리나가 사는 곳은 깡촌이라 CCTV도 없는 곳이에요. 사건의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경찰은 신속하게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을까요? 

 

그건 카리나가 사망하기 전 가족들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보낸 1장의 사진 덕분이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날 카리나가 버스를 타러 큰 길로 가는데 누군가 따라오더랍니다. 

 

카리나는 "모르는 어떤 남자가 쫓아와요"라면서 사진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냈는데요. 실종사건이 발생하자 가족들은 "혹시라도 부슨 일이 생겼다면 이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다"라는 생각에 사진을 경찰에 넘긴 것입니다. 

 

뒤늦게 밝혀진 일이지만 카리나는 최근 친구들에게도 "낯선 사람이 요즘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발안을 호소했었다고 해요. 

 

이게 사실이라면 용의자는 작정하고 카리나를 노린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경찰은 사진 덕분에 용의자를 쉽게 검거했는데요. 2차 사건은 용의자를 연행할 때 벌어졌습니다. 

 

카치라의 주민들이 "범인을 우리에게 넘겨라. 우리가 심판하겠다"고 순찰차로 몰려든 것입니다. 주민들도 카리나가 가족들에게 보낸 마지막 사진을 봤기에 경찰이 잡은 용의자가 바로 카리나 사건의 용의자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고 하는군요. 

 

경찰들은 거부했지만 주민들은 그런 경찰들을 밀어버리더니 순찰차에 타고 있던 용의자를 끌어 내렸습니다. 

 

주민들은 용의자를 집단 구타하기 시작했고, 남자는 그만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용의자는 55살 베네수엘라 남자로 콜롬비아에선 무직 상태였다고 하네요. 

 

카리나는 심리학자를 꿈꾸던 여학생이었는데요. "꼭 행복해지고 싶다" "어서 커서 엄마를 도와주고 싶다"는 등 자필로 쓴 편지가 사후에 공개돼 더욱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법치국가에서 용의자를 그냥 때려죽인다는 건 좀... 그렇죠. 

 

카치라의 시장 하비에르 파본은 "주민들의 분노와 심정을 이해하지만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경찰이 린치사건을 따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