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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20명이 떠난 가족여행인데 남은 건 4명 뿐, 왜?

아메리칸 드림을 가슴에 품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몰래 국경을 넘는 사람이 많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오죽하면 트럼프가 멕시코에 대형 장벽을 세우겠다고 했을까요. 국경을 몰래 넘으려다가 올해 멕시코에서 잡힌 사람이 역대 최다라는 언론의 보도도 최근에는 있었답니다.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가려고 4000km 이상을 걸은 베네수엘라 가족의 사연이 현지 언론에 소개됐어요. 사연 없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이 가족의 이야기는 

좀 남다른 것 같네요. 

 

사진 속 청년 네 사람은 모두 가족입니다. 

 

청년들은 호세, 에딜란, 가브리엘라, 그레이시라고 자신들의 이름은 밝혔지만 끝내 정확한 가족관계를 공개하는 건 거부했어요. 

 

혹시라도 붙잡혔을 때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은 베네수엘라 출신인데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떠나 미국에 정착하기로 하고 이민길에 올랐다네요. 

 

청년들은 최근 멕시코 북부 코아우일라에 도착했는데요. 종착지인 미국은 이제 코앞입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청년들이 고향인 베네수엘라 아라구아주(州) 마라카이를 떠난 건 약 4개월 전이라고 해요. 

 

청년들이 베네수엘라를 떠날 때는 친척들까지 모두 20명이었는데요. 중간에 실종되고 헤어지는 바람에 지금은 달랑 4명만 남은 것이라고 합니다. 

 

여정이 얼마나 고달팠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죠. 그도 그럴 것이 청년들은 오로지 걸어서 멕시코 땅에 닿았습니다. 

 

청년들이 4개월 동안 뚜벅뚜벅 걸은 길이는 자그마치 4358km라고 하니 매달 1000km 넘게 걸어서 이동을 한 셈입니다.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6개국을 거쳤다고 하니까 베네수엘라와 멕시코까지 합하면 걸어서 8개국을 여행(?)과 마찬가지입니다. 

 

걸어서 북으로 북으로 이동하면서 밀림에서 며칠을 보낸 적도 있고요, 멕시코에 들어간 뒤로는 강도도 만났다고 하네요. 

 

멕시코에는 이렇게 불법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을 노린 강도단이 활개치고 있다죠. 소문만 들었었다는데 청년들이 생생히 경험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고 해요. 청년들의 피켓을 보고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맨 위의 사진을 보면 청년들은 피켓을 들고 있는데요. 피켓에는 "나는 베네수엘라 사람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미국-멕시코 국경까지 올라갈 때 역경이 적지 않을 줄 알고 베네수엘라에서 준비해 갖고 나온 피켓이라고 하네요. 

 

가족들은 마치 유랑자처럼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다시피 하면서 북으로 이동했는데요, 피켓을 본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면서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튼 역경 끝에 가족은 이제 미국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앞에 놓인 가장 큰 관문은 브라보 강이라고 합니다. 미국으로 건너가려면 이 강을 반드시 건너야 하는데 목숨을 건 도강을 해야 합니다. 

 

올해 들어 이 강을 건너다가 익사한 사람이 19명에 달할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이죠. 

 

청년들은 "위험한 길이지만 반드시 강을 건너 미국에 가겠다"고 했는데요. 

 

비행기만 타면 얼마든지 편하게 미국에 들어갈 수 있는 우리를 생각하면 참 안타깝네요. 

 

그렇다고 밀입국을 응원하기도 좀 그렇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