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5일 칠레에선 정말 중요한 국민투표가 실시됩니다.
아구스티노 피노체트 철권 독재 시절에 제정된 헌법의 개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인데요. 칠레에선 30년 내 가장 중요한 국민투표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칠레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를 막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네요.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정부의 대변인 하이메 벨로이오는 최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투표를 하러 나오면 체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격리장소를 이탈했으니 경찰이 체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격리에서 이탈한 코로나19 확진자는 체포 후 격리장소로 강제 이송되는데요. 칠레 정부는 형사고발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징역이나 벌금형을 각오하라는 엄중 경고죠.
감염병에 걸린 사람은 투표를 할 수 없다는 법률규정은 칠레에 없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상충된다면 상충된다는 보건규정은 있죠. 코로나19 확진자에게 격리를 의무화한 공중보건 규정입니다.
칠레 정부는 이 규정을 들어서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를 막겠다고 한 것입니다.
칠레 정부 대변인은 " 투표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되면 경찰이 체포한 뒤 격리장소로 이송할 것"이라며 "이후 공중보건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로 형사 고발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며 외출하는 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 "코로나19 확진자에겐 무엇보다 격리의무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했는데요.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칠레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장 입장부터 막아야 합니다.
칠레의 선거법이 워낙 엄중하게 투표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칠레에선 투표장에 입장한 유권자에겐 무조건 투표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표장에서 형사범죄를 저지르고 현행법으로 잡혔다고 해도 먼저 투표를 해야 연행이 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격리에서 이탈했다고 가정하고 이 규정을 적용해 볼까요? 코로나19 확진자가 투표장에서 들어섰다가 적발됐다면 연행 전 투표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칠레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를 막겠다고 하고 나선 건 코로나19 확산을 막자는 취지인데요.
투표권이 이런 식으로 보장된다면 체포, 강제이송, 형사고발 등은 아무 소용이 없어지게 되는 셈입니다.
결국 코로나19 확진자가 격리에서 이탈한 직후, 아무리 늦어도 투표장에 입장하기 전 적발하고 체포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게 쉽지 않은 일이죠.
초기에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칠레에선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 44만7000여 명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만2300명을 넘어섰고요.
칠레 정부의 다급한 심경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투표권 행사를 막겠다는 게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설령 그렇다고 해도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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