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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우크라이나 남녀에 입국불허, 실수였다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우크라이나를 떠나 세계를 전전하는 신세가 된 남녀가 볼리비아에 입국하려다 입국거부를 당했습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3자인 아르헨티나까지 나서서 항의를 한 덕분에 볼리비아는 뒤늦게 두 사람에게 사과를 했는데요. 볼리비아가 우크라이나 남녀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면서 입국을 거부한 이유를 알고 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먼저 사건의 개요를 보면요, 수모적인 봉변을 당한 남녀는 전쟁 발발 전후로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옥사나(여, 36)와 미자일로(29)였습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피신했다가 다시 독일로 갔다는군요.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대서양을 건너 남미 아르헨티나에 닿았습니다. 

 

아르헨티나에 체류하고 있던 두 사람은 볼리비아에 사는 우크라이나 지인으로부터 초청장을 받고 항공편을 이용해 아르헨티나에서 볼리비아로 날아갔습니다. 지난 12일 일이었어요. 

 

두 사람을 초청한 우크라이나 지인은 1976년부터 볼리비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남미 사람이 다 된 우크라이나 사람인 셈이죠. 

 

<볼리비아 입국 거부를 당한 옥사나와 비자일로>

"전쟁을 피해 나왔는데 갈 곳 없이 전전하고 있구나, 그러지 말고 나에게 와" 지인은 이런 마음으로 두 사람을 초청했는데요. 

 

두 사람은 볼리비아 산타크루스의 국제공항에서 상상도 못한 푸대접과 모욕을 당합니다. 

 

공항에 내린 두 사람을 이민국이 억류하더니 장장 15시간이 억류한 것입니다. 옥사나는 "이유도 없이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게 가장 마음 아팠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볼리비아는 두 사람을 다시 아르헨티나로 가는 비행기에 태워 돌려보냈습니다. 

 

지인은 두 사람이 공항에서 잡혔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볼리비아 주재 우크라이나 영사뿐 아니라 브라질 주재 영사, 아르헨티나 주재 영사까지 달려들어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출발지인 아르헨티나로 강제 송환이 되고 말았는데요. 이 일을 직접 겪은 우크라이나 남녀는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볼리비아는 왜 우크라이나 국적의 두 사람에게 입국을 거부한 것일까요? 

 

두 사람을 초청한 지인은 인터뷰에서 "볼리비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을 선언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중립을 선언한 볼리비아가 중립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기 위해 두 사람의 입국을 불허했다는 얘기입니다. 

 

<볼리비아 공항의 입국심사대. 두 사람은 여기를 통과하지 못하고 억류됐습니다.>

우크라이나 국적이라는 이유로 입국이 불허된 게 사실이라면 너무 억울한 일이잖아요. 부당한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두 사람은 결국 볼리비아에 입국하지 못하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그런 두 사람을 다시 따뜻하게 받아들였죠. 

 

뿐만 아닙니다. 3국인 아르헨티나는 아예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소식을 접한 볼리비아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관은 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이민국은 볼리비아 이민국에 "입국을 거부한 이유가 대체 뭐냐"고 따졌다고 해요. 

 

우크라이나 국민의 일에 아르헨티나가 자기의 일인 것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입니다. 

 

볼리비아는 그제야 압박을 느꼈는지 입을 열었습니다. 물론 중립 선언 때문이었다고 실토하진 않았지만 볼리비아 이민국은 "입국 심사와 관련해 실수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남녀에게 사과문까지 발송했네요. 

 

<아르헨티나로 송환돼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녀 옥사나와 비자일로>

볼리비아는 두 사람에게 사과문을 보내고 항공편 비용을 대줄 테니 다시 볼리비아로 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부당하게 입국을 거절해 손해를 보게 했으니 배상을 하겠다고 한 것이죠. 

 

아르헨티나의 우크라이나 교민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국민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있어선 절대 안 될 것"이라고 호소했는데요. 

 

정말 세계 어디에서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옥사나와 비자일로가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받은 사과문을 읽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