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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튜브 타고 강 건너는 관, 고인은 누구일까요?

시신이 누워 있는 관이 튜브를 타고 강을 건너간다? 

 

혹시 여러분 중에 이런 말을 들어보셨거나 이런 상황을 직접 보신 분 계신가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페루와 에콰도르 국경에서 최근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도 합니다. 

 

페루에서 죽은 에콰도르 남자가 관에 누워 튜브를 타고 강을 건너 국경을 넘어간 것입니다. 

 

수심이 낮은 곳을 골랐다고 하는데 그래도 만만하지 않아 보였고요, 물살까지 거세 관이 강을 건너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자칫하면 수장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던 거죠. 

 

다행히 관은 무사히 강을 건넜고요, 고인은 생전에 원한 것처럼 고향 땅에 묻힐 수 있게 됐다네요. 

 

페루와 에콰도르 국경을 가르는 칸치스 강에서 최근 벌어진 사건인데요.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보면 하얀색 관이 튜브에 얹혀 있습니다. 그리고 두 남자가 관이 타고(?) 있는 튜브를 밀면서 강을 건너고 있죠. 

 

사진만 봐도 수심이 상당하다는 게 보입니다. 그나마 수심이 낮은 곳을 찾아 관을 띄운 게 저 정도였다고 하네요. 물살도 거세 보이죠?

 

아무튼 관은 무사히 강을 건넜습니다. 페루 카하마르카에서 에콰도르 친치체로 국경을 넘는 사후 해외여행은 덕분에 사고 없이 마쳐졌습니다. 

 

그럼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관은 왜 튜브를 타고 강을 건너야 했을까요? 

 

숨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관에 누워 있는 고인은 페루에 살던 에콰도르 남자였습니다. 

 

7년 전 에콰도르에서 페루로 건너 간 남자는 아마조나스에서 살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남자는 그만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타향살이를 하다가 고약한 감염병으로 그만 세상을 뜬 거죠. 이런 사연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만... 안타까운 일이죠. 

 

생전에 남자는 "비록 외국에 살지만 죽은 후에는 꼭 내 나라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해요. 유족들이 시신을 고국 에콰도르로 옮겨가기로 한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유족들은 장거리 운구차를 준비했습니다. 페루에서 국경을 넘어 에콰도르까지 가는 엄청 긴 운구 여정을 잡은 것이죠. 

 

그리고 예정대로 출발을 했는데 국경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시신을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하나도 준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페루 이민국은 "페루와 에콰도르 이민국에서 발행한 서류가 있어야 한다"면서 관을 통과시켜주지 않았다고 해요. 

 

유족들은 "그럼 어떡할까... 그냥 페루에서 장례를 치를까..." 이런 고민에 빠졌는데 고인의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합니다. "강만 건너면 되는데 뭐" 이러면서 말이죠. 

 

유족들은 "강만 건너면 에콰도르... " 이런 생각이 들자 고인을 모국으로 모시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해요. 더군다나 시신에서 부패하면서 악취가 풍기기 시작해 시간을 끌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요. 유족들은 다급하게 강을 건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인근에 사람을 수소문해봤는데요, 마침 어부 2명이 관을 강 건너편까지 옮겨주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어부들이 바로 사진에 등장하는 남자들이죠. 

 

어부들은 관을 큼지막한 튜브에 얹은 후 떨어지지 않게 묶은 뒤 슬슬 밀면서 강을 건넜습니다. 

 

관의 도강, 사후 해외여행이라는 신박한 상황은 이래서 벌어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서류를 준비하지 않은 유족들의 불찰 때문에 빚어진 일이죠. 하지만 유족들은 국경 통과를 불허한 페루 이민국이 야속했다고 합니다. 

 

고인의 여동생은 "규정은 이해되지만 코로나 시국에 너무 엄격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했습니다만 규정은 규정이고, 가족들의 불찰은 불찰이었죠. 누군가를 탓할 순 없는 일 아닌가요? 

 

아무튼 이번 사건을 보면 중남미에서 국경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페인어로 공용어가 같은 데다 문화도 공유하는 부분이 많고 자유로운 통행도 가능한 중남미, 사실상 한 나라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