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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자동차 도둑맞고 할머니 찾는 손녀 이야기

자동차 도난을 당한 손녀가 할머니 유골을 애타고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르헨티나 언론을 통해 소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도둑맞았는데 할머니 유골을 찾는다고? 무언가 잘 매칭이 되지 않는 이야기 같죠?

 

사연을 알고 보면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라플라타에 사는 파트리시아 엔리케타(여)의 이야기인데요. 

 

엔리케타는 지난 18일 친구에게 놀러갔다가 자동차를 도둑맞았습니다. 친구네 앞에 세워놓고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 자동차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도둑이 훔쳐간 엔리케타의 차인데요. 20년 가까이 된 르노 트윙고입니다. 오래되기도 오래됐지만 적절하게 관리도 하지 못해 상태가 엉망이라고 해요. 

 

차주인 엔리케타 스스로 말하기를 "보면 안쓰러움을 느끼게 하는 자동차"라고 했답니다. 그런 차를 왜 훔쳐갔는지... 

 

아무튼 엔리케타는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찾아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경찰은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기다리다 못한 엔리케타는 22일 SNS에 자동차를 찾는다는 사진과 글을 올렸습니다. 

 

언제 몇 시에 어디에서 자동차를 도둑맞았다고 명시하고 목격자가 있다면 연락을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당장 폐차장으로 보내도 아깝지 않을 고물차 찾기에 엔리케타는 왜 이리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요? 

 

자동차에 그녀의 할머니가 타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엔리케타의 할머니는 2016년 돌아가셨는데요. 가족들은 화장 후 유골을 집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공동묘지 납골당에 모시거나 강 같은 곳에 뿌리는 게 보통인데 참 이례적인 일이죠. 

 

엔리케타에 따르면 할머니에 대한 가족들의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할머니를 가족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모시기 위해 집에서 유골함을 보관했다는 겁니다.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손녀 엔리케타는 특히 할머니 유골함을 각별히 챙겼습니다. 

 

집으로 모신 후 유골함 대신 나무상자에 넣은 할머니의 유골을 가는 곳마다 모시고 다니곤 했다네요. 답답하실까봐 바람이라도 쐬시라고 말입니다. 

 

자동차를 잃어버린 날 친구의 집에 갈 때도 엔리케타는 할머니의 유골함을 자동차에 싣고 갔습니다. 트렁크에 할머니 유골함이 있는데 도둑이 그만 자동차를 가져가버린 것입니다. 

 

엔리케타는 가족에게 너무 미안해 사건이 발생한 뒤 이틀 동안은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뒤늦게 사실을 털어놓았고, 가족들은 그녀를 위로해주었지만 자책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엔리케타는 "할머니를 꼭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는데요. TV방송에 까지 나와 울먹이는 그녀를 보면서 할머니를 위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엔리케타가 할머니 유골을 꼭 되찾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