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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낙태 의혹으로 14년 억울한 옥살이

 

엘살바도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낙태입니다. 

 

가톨릭의 교세가 센 중남미 대다수의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엘살바도르에선 특히 낙태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데요. 

 

낙태에 대한 처벌에 사실상 예외 규정이 없어 낙태 때문에 옥살이를 하는 여성들이 유난히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엘살바도르에서 최근 미미한 변화가 엿보이고 있는데요. 

 

낙태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된 여자들에게 연이어 조기 가석방 조치가 내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했지..." 어쩌면 사법부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죠. 

 

엘살바도르 사법부는 23일 낙태 혐의로 옥살이를 하던 마리나라는 39살 여자에게 조기 가석방을 허용했습니다. 

 

낙태 혐의로 기소됐지만 살인 혐의가 적용돼 징역 35년을 때려맞은 이 여자는 장장 14년 1개월 옥살이 끝에 자유를 얻게 됐는데요. 

 

아무리 낙태가 위법이라고 해도 징역 35년은 정말 지나친 판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가 낙태 혐의로 구속 기속된 건 2007년이었습니다. 

 

원하지 않는 임신이어서 아기를 지운 건 아니었어요. 임신한 그에게 의료적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했는데 치료 과정에서 낙태가 된 것이었습니다. 

 

이름하여 <결과적 낙태>였다는 건데요. 재판에서 변호인 측은 이 점을 강조하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살인죄 적용을 주장했습니다. 

 

엘살바도르 형법에 따르면 낙태엔 최고 8년 징역이 내려질 수 있지만 살인의 경우엔 최고 50년 징역 선고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형을 얻어내려고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입니다. 결국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여자는 징역 3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곧바로 수감생활을 시작한 여자는 사법부의 조기 가석방 판결로 14년 1개월 만에 감옥에서 나올 수 있게 됐는데요. 

 

인생은 완전히 무너져버린 상태라고 합니다. 

 

그렇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감옥에 들어갈 때 25살이던 여자는 그새 39살이 됐고, 만 4살도 안 되었던 딸은 18살 청년이 됐으니까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극단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엘살바도르 사법부가 최근 들어 비슷한 판결을 잇달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6일 엘살바도르 사법부는 낙태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사라 로젤에게 조기 가석방을 허용했는데요. 

 

그가 징역을 때려맞은 이유는 위의 마리나와 비슷했습니다. 그녀 또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셈이었죠. 2012년 구속된 로젤은 9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낙태 합법화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보는데요. 

 

유두리가 전혀 없는 엘살바도르의 현행 규정은 분명 바뀌어야 하는 것 같네요. 유엔도 이렇게 권고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