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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여자는 집에서 밥이나? 냄비세트 논란

남미 파라과이 여자축구가 엉뚱한 마초주의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여자들이 주인공인 여자축구에서 마초주의라니... 대체 무슨 일일까요. 

 

알고 보니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사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속사정을 모르면 마초주의가 여자축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법도 했어요. 

 

파라과이는 남미에서 여자축구리그가 가장 발전해 있는 국가로 평가됩니다. 

 

올림피아는 이런 파라과이 여자축구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자축구클럽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논란에 휘말린 건 바로 이 클럽이었어요. 

 

이 팀에는 다이아나 보가린이라는 선수가 뛰고 있는데요. 

 

약관 20살에 불과하지만 보가린은 파라과이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보가린은 최근 열린 올림피아의 리그 경기에서 최고의 선수, 그러니까 MVP로 선정되었다는군요. 

 

그래서 보가린은 부상을 받고 기념샷을 찍었는데 이게 논란에 불을 지핀 것입니다. 

 

경기 MVP가 된 보가린이 받은 부상은 다름 아닌... 냄비세트였던 것입니다. 

 

"여자가 무슨 축구냐~ 냄비 들고 부엌에 가서 요리나 해~" 이런 무언의 마초주의적 메시지가 담긴 부상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올림피아는 보가린이 선물로 받은 냄비세트를 들고 찍은 기념샷을 클럽 공식 계정 SNS에 올렸는데요. 

 

바로 마초주의 논란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축구는 남자들의 운동이다 이거니? 그러니 여자는 부엌이나 지키라는 뜻이야" "여자축구 선수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 것과 다를 게 뭐냐, 당장 사과하라" 등등 기세등등한 질타성 댓글이 사진에 꼬리를 물고 달렸다고 해요. 

 

파문이 확산되자 올림피아는 해명에 나섰는데요. 알고 보니 스폰서 문제(?)였습니다. 

 

보가린이 받은 냄비세트는 트라몬티나 브랜드였는데요. 트라몬티나는 브라질의 주방용품 브랜드로 세계 각지에 널리 알려져 있죠. 

 

알고 보니 이 트라몬티나라는 회사가 파라과이 여자축구리그의 공식 스폰서였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후원금도 가장 많이 내는 스폰서라고 하는데요. 

 

트라몬티나는 여자축수선수들이 상을 받을 일이 있으면 자산의 제품을 부상으로 제공하곤 했다고 해요. 

 

주방용품 회사니까 회사가 제공하는 선물도 주방용품일 수밖에 없겠죠? 냄비세트는 회사가 나름 정성껏 고른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올림피아의 해명으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마초주의 논란은 한풀 꺾였다고 하는데요. 주방용품을 선물로 받은 또 다른 선수의 사진이 뒤늦게 발견된 것도 소방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정작 냄비세트를 받은 보가린은 "엄마에게 갖다 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면서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상황을 넘겼다고 해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젠더 갈등이 이젠 진짜 글로벌화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