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해마다 50% 넘는 인플레이션이 반복되면서 물가 질서는 엉망진창이 되었어요.
하지만 통계상 수치가 50% 정도지 살아보면 실제로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의 정도는 훨씬 심각한 수준이랍니다.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1장의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 화제입니다.
도미카리에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아르헨티나 여성이 올린 이 사진에는 2002년부터 2021년까지 그가 모은 영화관 입장권 19장이 순서대로 놓여 있습니다.
19장의 입장권엔 20년간 여자가 영화관에서 본 영화의 제목과 가격이 표시돼 있는데요, 이 기간 영화관 입장료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입장권 컬렉션>인 셈입니다.
도미카리에르가 모은 입장권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벨그라노에 있는 <쇼우케이스>라는 영화관의 것이었는데요.
20년간 줄곧 이 영화관을 이용한 걸 보면 그녀는 아마도 벨그라노에 사는 주민인 것 같네요.
입장권을 보면 입장료는 정말 현기증 날 정도로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장장 20년 동안 그녀가 모은 <입장권 컬렉션>의 1호는 2002년 영화 해리 포터를 볼 때 끊은 것이었어요. 당시 그녀가 지불한 입장료는 5페소였습니다.
입장료는 2005년까지 1페소 오르는 데 그쳤어요. 그래도 20%죠? 하지만 이듬해부터 입장료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7.5페소로 뛴 입장료는 2008년 9페소로 올랐거든요.
이어 2015년 입장료는 47.5페소까지 올랐고, 이때부터 우주선을 탄 듯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답니다.
2016년 65페소, 2017년 85페소, 2019년 145페소 등 오름세는 갈수록 가팔라졌죠.
2020년 1월에는 217.5페소로 200페소 선을 돌파했고요, 지난해 6월 360페소로 오르더니 12월엔 다시 400페소로 올랐어요. 20년간 영화관 입장료 인상률은 무려 7900%에 달하게 됐어요.
현지 언론은 사진이 화제가 되자 이 영화관의 현재 입장료를 확인했는데요. 2022년 1월 현재 이 영화관의 입장료는 정가 기준 800페소였습니다.
할인이나 프로모션 혜택이 적용되지 않은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2002년과 비교하면 입장료는 1만5900% 오른 셈입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정말 아찔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아닌가요?
2002년 당시 지금의 100페소권 지폐는 대폭의 평가절하 직후였지만 그래도 25달러 가치를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가치는 미화 50센트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화폐의 가치가 얼마나 폭락했는지 가늠할 수 있죠.
인플레이션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 됐습니다.
아르헨티나 통계청의 공식 통계를 보면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50.9%였지만 실생활에서 체감되는 정도는 훨씬 심각하죠.
아르헨티나 정부는 생필품에 대한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등 생활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답니다.
'중남미세상 > ▶ 중남미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에 얼어 죽는 남미 사람들 이야기 (0) | 2022.01.28 |
---|---|
코로나19 사망자 유족에게 종신 연금 주는 아르헨티나 (0) | 2022.01.27 |
콜롬비아에서 또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했어요 (0) | 2022.01.24 |
파라과이 람보, 인기 상종가 치는 이유 (0) | 2021.09.30 |
학살범 시신 처리 놓고 떠들썩한 콜롬비아 (0) | 2021.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