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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10개월간 심장에 박혀 있던 이쑤시개, 이제야 꺼냈네요.

심장에 이쑤시개를 박고 살던 남자가 10개월 만에 제거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쑤시개로 잇몸만 푹 찔러도 엄청나게 아플 텐데 심장이 찔렸으니... 참 생각만 해도 움찔할 일이네요.

심장에 박혀 있던 이쑤시개의 실물 사진입니다. 이런 게 심장에 박혀 있었는데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적 같기도 하네요.

 

 

아더왕의 전설 들어본 적 있으시죠? 아더왕이 바위에 박힌 검 엑스칼리버를 뽑았다는... 왠지 문득 그 전설까지 떠오르게 하는 이 사건은 아르헨티나에서 최근에 벌어졌습니다.

로드리게스 비델라라는 아르헨티나 남자가 사건의 주인공인데요.

비델라가 병원을 찾아간 건 고열 때문이었습니다. 비델라는 1월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걸핏하면 열이 나는 일이 반복되자 병원을 찾아갔는데요. 처음엔 그 누구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죠? 심장이 이쑤시개가 박혀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매번 헛걸음을 하던 그는 지난 6월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요. 여기에서 그는 아르헨티나 심장학의 권위자인 페르난도 시체로라는 의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의사는 비델라에게 평생의 은인이 되었습니다. 심장에 감염증상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내린 겁니다.

사진을 찍어보니 뭔가 뾰족한 것이 심장에 박혀 있는 게 확인되었는데요. 의사도 이때까지는 심장에 박혀 있는 게 이쑤시개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의사는 일단 열어서(^^) 확인을 해보자면서 수술을 제안했습니다.

<수술 전 남자가 찍은 사진이에요. 무언가 길고 뾰족한 것이 보입니다. 이게 이쑤시개였던 겁니다.>


10월 초 드디어 남자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수술은 시체로 의사가 집도했는데요.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모두 12명이 참여했습니다. 수술은 7시간에 걸쳐 진행됐는데요. 심장을 본 의사와 간호사들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심장에 박혀 있는 게 무슨 가시 같았거든요 (이게 바로 이쑤시개였던 거죠).

"도대체 이게 뭐야?" 모두 이러고 있을 때 수술을 집도한 의사 시체로가 이쑤시개를 뽑아내더니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야"라고 하더랍니다. 모두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자 시체로는 나무 이쑤시개를 그 자리에서 부러뜨려 보였다고 하네요.

이쑤시개가 심장에 박혀 고생했던 남자는 덕분에 건강을 되찾고 언론과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이쑤시개 박힌 심장"의 주인인 비델라입니다. 건강을 되찾고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남자는 지난해 12월 친구들과 연말파티를 하면서 이쑤시개를 삼켰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선 술을 마실 대 베이컨과 치즈 등을 안주로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치즈를 먹다가 이쑤시개를 삼켰다고 하는군요.

삼킨 이쑤시개는 위로 내려갔어야 하는데 문제의 이쑤시개는 경로를 잘못 타는(?) 바람에 심장에 박힌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데요. 2011년에 한 중국여자가 동일한 케이스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무사히 제거를 했으니 다행스런 일입니다. 휴우~^^

스페인어 한마디. 식당에 가면 보통 이쑤시개가 놓여 있지만 중남미 식당엔 이쑤시개가 보이지 않는 곳도 많답니다. 이럴 땐 손으로 이쑤시는 제스처를 하지 마시구요, 스페인어로 "escarbadientes, por favor"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Escarbadientes 대신 mondadientes라고 하셔도 동일한 표현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