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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테마장례식, 이번엔 게임하는 청년

푸에르토리코에서 이색적인 테마 장례식이 또 열렸습니다.

테마 장례식이 뭐냐구요? 말 그대로 테마를 정해서 빈소를 꾸미는 겁니다. 테마 장례식은 2008년부터 중미 푸에르토리코에서 시작됐는데요. 이제는 미국으로 확산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이번에 열린 테마 장례식은 게임을 즐기는 청년이었습니다. 빈소에 들어가면 시신이 스포츠웨어 차림에 술잔까지 기울이며 도미노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엄숙한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런 사건(?)은 백문이 불여일견! 긴 설명보다 1장의 사진이 좋겠네요. 먼저 사진부터 보실게요.


죽은 사람으로 보기엔 힘들죠? 누군가 영문을 모르고 시신을 본다면 산 사람이라고 영락없이 속았을 겁니다.

고인은 최근에 사망한 푸에르토리코의 청년 호마르 아과요(23)이었습니다. 청년은 총격전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데요.

총격전을 벌인 것인지, 아니면 총격전 현장에 있다가 억울하게 사망한 것인지 그 경위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이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경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구요.)

아무튼 청년은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는데요. 가족들은 장례식을 테마 장례식으로 치르기로 했습니다. 빈소를 꾸린 곳은 청년의 엄마가 운영하는 바(Bar/서양식 술집)이었어요.


 

사진에 나와 있는대로 시신은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까지 꼈습니다.

수의(?)는 아디다스 저지였는데요. 모자, 선글라스, 저지까지 컬러까지 맞춰 입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청년은 도미노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은 생전에 도미노게임을 좋아했다고 해요.

손에 도미노패까지 들고 있어서 정말 리얼하네요. 실감 100%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조문객들은 시신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요. 얼굴 표정이 슬퍼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웃음을 흘리는 듯한...



테마 장례식은 푸에르토리코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거죠.

반대파(?)는 "장례식 장난처럼 이렇게 치러도 되는거야?"라고 반대하고 있는 반면 찬성파는 "장례야 원하는대로 치를 수 있는 건데 왜 난리야?"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애매하네요.

테마 장례식이 유행하면서 푸에르토리코에는 테마 장례식을 치러주는 장례회사까지 등장했는데요. 테마 장례업계는 "새로운 장례문화로 이해해 달라"면서 반대여론을 달래고 있다고 하는군요.

논란이 증폭되자 결국 푸에르토리코 정부까지 나서서 입장표명을 해야 했는데요. 푸에르토리코 보건부는 "테마 장례식을 금할 근거가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반드시 시신을 눕혀야 한다거나 관에 넣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찬반 입장을 유보하면서 교묘하게 책임질 말은 하지 않은 거네요.

열렸다 하면 언제나 화제가 되는 테마 장례식.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푸에르토리코에선 여러 번 테마 장례식이 열렸는데요. 그간 제가 쓴 포스트 링크해 드릴게요.

아! 스페인어 한마디 해야죠? 스페인어로 장례식은 funeral이라고 해요. 장례식이 열리면 상가에서 밤샘을 하잖아요. 그건 스페인어로 velatorio라고 합니다.

스페인어로 애도는 pésame라고 합니다. "조문을 가다"를 스페인어로 표현한다면 ir a dar el pésame 라고 하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