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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동물의 세계

안데스 유기견, 알프스의 반려견이 되다

안데스 주변의 아르헨티나 도시에 살던 유기견이 프랑스 알프스로 건너가 사랑 받는 반려견이 된 감동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추운 곳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어린이가 프랑스의 가정으로 입양돼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이 감동의 스토리, 이제 전해드립니다.

먼저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인 옛 유기견 피델부터 만나보실게요.

 

팔자 좋게 늘어져 있는 검둥이, 이 녀석이 바로 피델입니다. 참 편안해 보이죠?

 

피델은 태어날 때부터 유기견이었습니다. 아빠도 유기견, 엄마도 유기견, 그러니까 유기견 가문입니다. 혈통은 잡종견이구요.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지금 14~15살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피델이 태어난 곳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의 비야라앙고스투라라는 곳인데요. 아르헨티나를 여행한 분은 아실 만한 도시입니다. 안데스 주변에 있어서 겨울이면 관광객이 북적이는 곳입니다.

하지만 겨울은 유기견에게 혹독한 계절이죠. 추워도 길에서, 먹을 걸 찾아 헤매면서 사는 게 유기견의 운명이니까요.

 

피델의 독사진입니다. 누워 있을 때는 몰랐는데 얼굴이 귀엽게 생겼습니다.

 

유기견 피델에겐 절친이 있었습니다. 키아라는 또 다른 유기견인데요. (물론 피델이나 키아라나 두 마리 모두 이름은 나중에 사람들이 붙여준 것이죠.)
 
피델과 키아라는 단짝처럼 붙어다니면서 길거리 생활을 했다네요. 음식을 발견하면 나눠먹고, 추운 날엔 서로 몸을 붙여 추위를 녹여주면서 말이죠...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그런 피델과 키아라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건 2011년 겨울이었습니다. 비야라앙고스투라에 살던 한 여자가 피델과 키아라를 집으로 들인 것입니다. 추워서 떠는 게 너무 불쌍했던 거죠.


 

피델과 키아라에게 잠자리를 준 건 솔레닷 에브린이었는데요.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비야라앙고스투라에 사는 아르헨티나 여자였습니다.

알고 보니 에브린은 정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1년 전인 2010년에도 유기견과 길냥이 2마리를 입양해 기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피델과 키아라가 들어가면서 에브린의 집은 개 3마리와 고양이 2마리가 어울려사는 '동물의 왕국'(^^)이 됐습니다.

그런데 운명의 여신이 심술이라도 부린 것일까요? 피델과 키아라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3년 만에 에브린의 남편이 프랑스 기업에 취업이 되면서 프랑스로 건너가게 된 것입니다.

 

에브린의 아들이 이만큼 컸네요. 고생이 끝나고 피델이 프랑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물론 다 데려가면 문제가 될 게 없겠지만 에브린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갓 태어난 아들에 개 3마리, 고양이 2마리를 모두 데려가는 건 무리였거든요.

에브린은 2010년에 입양한 유기견과 고양이 2마리만 일단 프랑스로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피델과 키아라는 비야라앙고스투라의 한 동물보호센터에 맡겼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가족처럼 지낸 사람과 친구동물들인데... 피델과 키아라는 얼마나 섭섭했을까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동물보호센터에 들어간 키아라가 가출을 해버린 것입니다. 그리곤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 유기견 시절부터 동거동락한 절친이 곁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아무리 개라지만 얼마나 낙심이 됐겠어요... 

그래선지 피델은 동물보호센테에서도 왠지 풀이 죽어 지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족 같은 에브린도 떠나고... 절친 키아라도 사라지고....

에브린의 남편과 함께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컷 찍는데 이 녀석은 노느라 정신이 없네요.

 

하지만 반전이 왔습니다.

멀리 프랑스로 떠났던 에브린이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피델을 데려가려고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것입니다. 사실 에브린은 한 번도 피델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동물보호센터에 자주 전화를 걸어 피델의 안부를 묻곤 했다네요.

그래서 피델의 절친 키아라가 가출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고 해요. 그러면서 에브린은 결심을 한 것입니다. "빨리 피델을 프랑스로 데려와야겠구나..."

 

 

피델은 이제는 이렇게 배를 타면서 여가생활까지 즐깁니다^^

 

피델은 곧바로 이민수속(?)을 밟았습니다. 예벙접종도 맞고 증명서도 만들고...

그리고 드디어... 프랑스에 입성했습니다^^ 얏호~

에브린이 남편, 아들과 함께 자리를 잡은 곳은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브리앙송입니다. 알프스 주변인 모양인데요. 피델은 이민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람쥐가 나타나면 추격전도 벌이고, 낯선 동물이 나타나면 컹컹 짖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 피델에게 에브린은 마냥 고마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너무너무 잘 적응해주어서 말입니다.

어떤가요? 사람과 동물의 끈끈한 가족애(?)가 정말 감동적이죠? 피델의 스토리는 최근 중남미 언론에 소개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안데스 유기견에서 알프스의 반려견으로 거듭난 피델,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피델을 입양한 에브린에겐 피델을 대신해서 감사의 말이라도 전하고 싶네요. Gracias!!!


 

 

무슨 경비라도 서는 듯한 모습이네요. 이젠 프랑스 생활에 완전 적응이 됐나 봐요.

 

오늘의 스페인어 단어 공부로 마칩니다. 유기견을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유기견은 스페인어로 perro callejero라고 합니다.

Perro는 개구요, callejero는 '길의'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형용사입니다. 덧붙이면  '길의 개', 다시 말해서 유기견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