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한 지상파 방송국이 대형 방송사고(?)를 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죽어가는 남자의 모습을 생중계한 것입니다.
코로나19 사망을 지상파 방송이 생중계한 것은 초유의 일인데요. 문제의 방송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고 있지만 방송국은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네요.
논란의 생중계를 한 건 볼리비아의 지상파 방송 파트TV의 한 뉴스시사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의 명칭은 스페인어로 <No mentiras>, 그러니까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거짓말은 아니다> <거짓말은 없다> 정도가 되겠죠.
이 프로그램은 평일 저녁에 방송되는데요. 지난 17일 저녁엔 코차밤바에 있는 한 병원을 취재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려 죽는 사람의 모습을 생중계한 건 바로 이때였는데요. 30여 분 동안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남자는 간호사였습니다. 그는 병원 구석에 있는 침대에 누워 사경을 헤매다 결국 눈을 감았는데요.
남자가 숨을 쉬지 않자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살려내진 못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는 것이죠.
방송이 나가자 볼리비아의 국민(인권)보호위원장 나디아 크루스는 문제의 방송에 대해 "현행법과 충돌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서 "뉴스프로그램이 센세이셔니즘만 보여주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런 방송이 나가면 집단 공포만 유발한다고 지적했는데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굳이 저런 걸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현역 기자들도 많았습니다.
현지 일간지 엘데베르의 기자 마리아 트리고는 "사망자와 유가족에게 무례한 짓을 했다"면서 "코로나19로 정말 많은 것을 잃었는데 이젠 우리가 공감능력까지 상실한 것 같다"고 개탄했고요.
코차밤바의 기자 파피올라 참비는 "뉴스프로그램이 천박한 행동을 저질렀다"면서 사법부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방송국은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요.
비공식적으론 "미국에선 경찰관이 무릎으로 목을 눌러 흑인을 살해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TV에 방송되기도 했는데 코로나 19 사망자 생중계가 무슨 문제란 말인가"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글쎄요, 개인적으로 이건 비교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튼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세계 각국에서 어이없는 일이 속출하고 있으니 답답하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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