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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코로나19로 대박 났지만 웃지 못하는 페루 사장님

중남미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국가는 브라질, 페루, 칠레, 멕시코 이렇게 4개 국가인데요. 

 

페루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떼돈을 벌고 있는 사장님이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이 페루 사장님의 표정은 밝지 않았는데요. 코로나19 때문에 지구촌이 고통을 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겠죠. 

 

언론에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은 리마에서 목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제나로 카브레라입니다. 

 

<영생>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목공소를 시작한 게 벌써 30년 전이라는데요. 사업을 크게 키우지는 못했습니다. 카브레라와 부인, 아들 등 가족들이 일을 하는 전형적인 가족기업이라네요. 

 

카브레라의 목공소가 만드는 주력 상품은 바로 관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그의 목공소에선 1달에 평균 30개 정도 관을 팔았다고 합니다. 하루에 평균 1개꼴이네요.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사망자가 급증하자 관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하루에 평균 관 30개를 팔고 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관 판매가 무려 3000% 늘어난 것입니다. 

 

판매량만 본다면 마치 예수님의 탄생으로 주전(B.c)과 주후(A.c)가 나뉜 것처럼 카브레라의 목공소 역사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된 셈이죠. 

 

그럼 버는 돈도 3000%나 늘었다는 얘기가 되지만 카브레라는 마음이 씁쓸하다고 합니다. 생업이니까 관을 계속 만들고는 있지만 국민들이 죽어가는데 기쁠 리가 없다는 거죠. 

 

카브레라는 "우리 국민이 죽어가고 있는데 매출이 늘었다고 좋을 리 있겠느냐"면서 "오히려 나도 언제 갈지(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작업을 하면서도 등골이 오싹하다"고 했습니다.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이 가네요. 

 

게다가 가족들도 이젠 지쳐가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분업을 하고 있는데요. 사장님인 카브레라는 관을 짜고, 부인과 아들 등 가족은 페인팅과 마지막 포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려들고 있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작업을 하고 있지만 수요를 대기 벅차다고 합니다. 

 

카브레라는 "목공작업을 하는 곳에 1명, 페인팅과 포장을 하는 곳에 2~3명 정도 종업원을 쓰고 싶지만 코로나19 걱정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도 꺼림칙하다"고 했습니다. 

 

작업 공간이 넓지 않은데 사람들이 북적이면 혹시라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아질까 내심 걱정이 된다고 하네요. 

 

2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페루에선 25만700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8223명이 사망했습니다. 페루는 브라질에 이어 중남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입니다.

 

그런데 카브레라는 인터뷰에서 "사망자가 공식 발표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페루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일까요? 

 

그런 취지의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카브레라는 ""코로나19 증상이 발현했지만 검사를 받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업계에 관 주문이 쇄도하는 걸 보면 분명 사망자는 공식 발표되는 것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브레라는 관을 만드는 목수이니 만큼 직업상 코로나19의 처절한 현실을 누구보다 현장감 있게 체감하고 있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래선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볍게 들리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