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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지금 볼리비아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로 만원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의료시스템이 가장 열악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대응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볼리비아에서 병원까지 갔다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정문 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최근 벌어진 일인데요. 손자가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갔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정문에서 사람들을 막고 들여보내주지 않더랍니다. 교대시간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오전 7시부터 병원 정문에서 대기하다가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숨지기 전 호흡이 곤란하다고 호소하셨다는데요. 곁에 있던 주민들이 "제발 산소호흡기라도 좀 갖다드리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병원은 답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병원은 코차밤바 병원이었는데요. 이 병원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정문에서 돌아가신 분이 최소한 십수 명에 이른다"고 폭로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의료 환경이 열악한 볼리비아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있는데요. 코차밤바 병원의 중환자실 병상은 18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환자들로 꽉 차는 바람에 더 이상 코로나19 감염자를 받을 여력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볼리비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산타크루스에 사는 한 여성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데요. 그는 코로나19에 걸린 남편을 병원에 데려갔다가 의사들로부터 황당하면서도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의사들은 "코로나19 병동이 만원이라 당장은 입원이 불가능하다"면서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중 누군가 사망하면 자리가 나니 그때 입원하라"고 했답니다. 

 

내 남편이 입원하려면 현재 입원 중인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니... 사실 이게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근본적으론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시설, 그러니까 중환자실이 크게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라파스는 명색이 볼리비아의 수도이지만 공립병원의 중환자실 정원은 14명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현지 언론은 "볼리비아의 의료시스템은 이미 포화 상태"라면서 "붕괴 직전의 위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볼리비아 의료인협회는 정부에 시설과 인력 확충을 긴급 요구했는데요. 

 

전국적으로 100명 수준에 불과한 공립병원 중환자실 수용 능력을 700명으로 늘리고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료인을 지금의 210명에서 400명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다른 중남미국가와 비교하면 볼리비아의 코로나19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15일 현재 볼리비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8459명, 사망자는 611명이니까 브라질이나 칠레 등과 비교하면 정말 피해가 적은 편이죠. 

 

결국 너무나도 열악한 의료환경이 문제라는 건데요... 너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