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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낙태로 징역 40년 선고 받은 여성의 투쟁기

엘살바도르는 낙태를 굉장히 무겁게 처벌하는 대표적인 중남미국가입니다. 낙태를 한 여성에게는 최고 30년 징역이 선고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엘살바도르에서 낙태 혐의로 기소된 여성이 4년째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성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상고할지도 몰라 아직 투쟁은 끝난 게 아니라네요. 

 

용감한 엘살바도르의 여성 에벨린 에르난데스의 이야기입니다. 

 

에르난데스에게 고난이 시작된 건 2016년 4월입니다. 성폭행으로 임신한 에르난데스는 집에서 출산을 하다가 위기를 맞았습니다. 

 

중태에 빠진 그는 가족들이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 목숨을 건졌지만 병원은 그를 낙태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집에서 아기를 낳다가 사산을 했는데 병원은 이를 낙태로 본 것입니다.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에르난데스는 곧바로 체포됐습니다. 

 

2017년 열린 1심 재판 선고공판에서 에르난데스에겐 낙태에 대한 법정 최고형인 징역 30년이 선고됐습니다. 그녀가 아기를 죽이려 한 게 확실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죠.

 

하지만 아기를 죽이려는 의도가 결코 없었다는 에르난데스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결국 그녀는 항소에 상고를 거듭하며 법정투쟁을 시작합니다. 

 

기적은 2018년 12월에 일어났습니다. 에르난데스의 상고로 사건을 받은 대법원이 재판을 다시 하라며 재심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비록 원심을 파기한 건 아니었지만 에르난데스로선 "어쩌면 진실이 밝혀질 수도 있겠다"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2019년 8월에 다시 1심 재판을 받게 됐는데요. 여기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검찰은 낙태 죄를 지은 에르난데스가 사법부까지 우롱하고 있다면서 혐의를 추가해 무려 징역 40년을 구형했는데요. 재판부가 보기 좋게 억울한 여성 에르난데스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또 항소를 했습니다. 

 

재심의 항소재판 선고공판은 최근에 열렸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에르난데스는 또 한번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그녀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아기가 죽었지만 피고가 고의로 아기를 죽였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재심 1심이 내린 무죄 판결을 확인했습니다.

 

사건의 반향은 컸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서 낙태처벌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민단체 <여성시민연합>은 "법정투쟁을 통해 여성이 (낙태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면서 판결을 크게 환영했습니다. 

 

이 단체의 대표 모레나 에레라는 "검찰이 성추행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하게 에르난데스를 공격하고 있지만 사법부가 정의를 구현했다"고 감격스럽게 말했답니다. 

 

물론 검찰이 이번 항소심 판결을 또 상고할 수도 있겠죠. <여성시민연합>은 법정투쟁이 끝날 때까지 에르난데스를 지원하겠다고 했는데요. 

 

에르난데스는 2016년 4월 체포된 후 33개월 동안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억울한 피해자가 있어선 안 되겠죠. 

 

에르난데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