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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코로나19로 쿠바에서 유행하는 물물교환

쿠바에서 요즘 유행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물물교환입니다. 주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서로 맞바꾸면서 필요를 채우는 건데요. 

 

최근엔 토끼와 주방용 세제를 교환한 70대 할아버지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됐는데요. 이런 게 쿠바에선 코로나19 생존법이라고 합니다. 

 

언론에 소개된 사람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작은 토끼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할아버지 넬슨 아길라르(70)입니다. 

 

할아버지는 식용으로 토끼를 키워 아바나에 있는 식당들에 납품하는 일을 하고 계신데요. 최근엔 판로가 막혔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식당들이 문을 닫은 것이죠. 

 

하지만 할아버지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토끼와 필요한 물건을 맞바꾸면 얼마든지 생활은 가능하다고 하시거든요. 

 

할아버지는 토끼를 주고 필요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받는 식으로 생활하고 계신데요. 

 

과거에 식당에 토끼를 내다팔 때보다 훨씬 편하고 좋다고 합니다. 돈을 주고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사려면 긴 줄을 서야 하는데 그런 불편이 사라졌다는 거죠. 

 

할아버지는 "코로나19 때문에 줄을 서는 건 질색'이라면서 "토끼로 물물교환을 시작한 뒤로는 한번도 줄을 선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쿠바의 사정을 짐작하실 수 있겠죠. 물건을 사려면 저렇게 긴 줄을 서야 한다고 합니다. 각종 식료품이나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쿠바에서 이렇게 물자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였다고 합니다. 미국이 쿠바를 봉쇄하면서 경제난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것이죠. 

 

한때 든든한 협력국가였던 베네수엘라는 지금 자기 코가 석자이고... 코로나19까지 겹치니 경제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쿠바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각종 생필품이나 가공 식료품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데요. 

 

코로나19 때문에 쿠바를 찾는 외국인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해외에서 쿠바로 송금하는 재외국민(외국에 거주하는 쿠바 국민)도 감소하는 바람에 달러가 귀해지고 있답니다.

 

그러니 식료품이나 생필품이 부족해질 수밖에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쿠바 주민들 사이에선 물물교환을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쿠바 주민들에겐 물물교환 DNA가 흐르고 있다고 하네요. 역사적으로 위기 때마다 쿠바 주민들은 물물교환으로 고비를 넘기곤 했다고 해요. 

 

1970년대 쿠바 주민들은 쿠바를 방문하는 소련 선원들과 주로 물물교환을 했는데요. 럼주를 주고 통조림을 받는 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봉쇄로 경제가 어려웠던 1990년대에는 주민 간 물물교환이 활발했다는데요. 돼지 1마리와 자전거 1대를 맞바꾸는 식으로 농축산물과 공산품을 교환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쿠바의 코로나19 생존법인 물물교환, 안타깝긴 하지만 재밌는 측면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