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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코로나19의 비극, 늘어나는 페미사이드

페미사이드는 스페인어로는 페미시디오(femicidio)라고 하는데요. 여성과 살인을 의미하는 접두사와 접미사로 이뤄진 단어입니다. 

 

단어의 구성처럼 여성살인, 다시 말해 여성을 살해하는 범죄를 일컫는 표현인데요.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페미사이드가 급증하고 있네요. 

 

아르헨티나 사법부가 최근 공개한 통계를 보니 올해 들어 아르헨티나에선 페미사이드 77건이 발생했는데요. 이 가운데 42건은 지난 2개월간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왜 최근 2개월 통계를 강조하냐고요? 페미사이드와 코로나19 사이에 묘한 관계가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봉쇄령이 내려진 아르헨티나의 길거리는 지금 이렇게 한산합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20일(이하 현지시간) 전국에 이동을 제한하는 코로나 봉쇄령을 발동했습니다. 

 

봉쇄령은 2~3주 단위로 연장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24일 풀릴 예정이던 봉쇄령은 또 다시 내달 7일까지로 연장됐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죠. 

 

이걸 코로나19와 연결해서 보면 코로나 봉쇄가 시작된 이후 페미사이드가 특히 늘어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아르헨티나 사회학자들은 부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일리가 있는 설명 같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정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람을 잡고 있는 셈이네요. 

 

가장 최근에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페미사이드는 지난 21일 아르헨티나 지방 산타페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목이 졸려 사망한 25살 여자의 시신이 길거리에 버려진 채 발견됐는데요. 유력한 용의자는 동거남입니다. 동거남이 시신을 어깨에 메고 걷는 걸 봤다는 목격자까지 나왔으니 그가 범인이 틀림없는 것 같은데요. 

 

동거남은 도주해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고 하네요. 

 

같은 날 아르헨티나 투쿠만에선 여자가 뒤통수에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는데요. 이 사건의 용의자 또한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은 경찰에 붙잡혀 범행을 자백했어요. 

 

아르헨티나 사회학자들은 코로나19가 공중보건, 경제에 이어 가정까지 파괴하고 있다고 개탄했는데요. 

 

코로나19를 퍼뜨린 국가, 이쯤 되면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