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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에보 모랄레스, 결국 법정에 서게 될까요?

장기집권 욕심을 내다가 권좌에서 사실상 쫓겨나 망명길에 오른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테러를 사주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볼리비아 검찰은 지난 6일 모랄레스를 테러 사주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는데요. 아르헨티나에 머물고 있는 모랄레스의 신병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에서 테러리스트(?)로 전락한 모랄레스의 이야기입니다. 

 

모랄레스는 볼리비아의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입니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재임했으니 장장 14년간 집권한 것이죠. 

 

그런데 2019년 11월 10일 모랄레스는 하야를 선언했습니다. 4선 욕심에 헌법까지 교묘하게 무시하면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는데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것입니다. 

 

국민들이 불같이 들고 일어나면서 그는 멕시코 망명길에 올랐습니다. 

 

볼리비아 검찰에 따르면 모랄레스가 테러를 사주한 건 멕시코에 도착한 후였습니다. 지난해 11월 14일 멕시코시티에 머물고 있던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있는 자신의 측근인 파우스티노 유크라와 전화통화를 했는데요. 

 

이때 그는 유크라에게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라는 지령을 내렸습니다.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주요 도시의 진출입로를 막고 정치-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약탈과 같은 불법행위를 감행하고 명령하기도 했네요. 

 

두 사람이 혼란을 야기하기로 공모한 사실은 어떻게 드러났을까요? 

 

바로 검찰의 감청 덕분이었습니다. 볼리비아 검찰이 모랄레스와 측근의 통화내용을 엿들으면서 고스란히 녹취까지 해버린 것입니다. 

 

녹취록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요. "도시로 식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라. 도시를 봉쇄하자. 진짜로 도시에 울타리를 쳐야 한다"고 말하는 모랄레스의 육성메시지가 나옵니다. 

 

볼리비아 검찰에 따르면 모랄레스는 지난해 11월 12~17일 최소한 두 차례 유크라와 전화통화를 했다는데요. 

 

볼리비아 주요 도시의 진출입로를 봉쇄해 도시를 고립시키고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라고 한 건 테러를 사주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모랄레스의 측근인 유크라는 볼리비아에서 코카잎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지도자인데요. 모랄레스의 끔찍한 코카잎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죠. 

 

아마도 코카잎을 인연으로 두 사람이 친해진 게 아닌가 싶은데요.  

 

유크라는 이미 지난 4월에 체포돼 구속 기소됐습니다. 이제 모랄레스의 차례가 된 것이죠. 

 

하지만 모랄레스가 볼리비아 법정에 설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야한 뒤 도망치듯 멕시코 망명길에 올랐던 모랄레스는 지금 아르헨티나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 자신의 든든한 우군인 좌파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모랄레스를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는 등 각별한 호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모랄레스가 하야한 뒤 볼리비아에 들어선 지금의 자니네 아녜스 임시대통령에 대해선 적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일이죠.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는 화상 정상회의를 열었는데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준회원국인 볼리비아의 자니네 아녜스 임시대통령의 연설 차례가 되자 돌연 화상회의에서 퇴장해버렸습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볼리비아 정부를 쿠데타 정부로 보고 있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아녜스 임시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한 것"이라고 풀이했답니다.

 

볼리비아 검찰은 아르헨티나에 모랄레스의 신병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글쎄요... 모랄레스에 우호적인 아르헨티나가 그의 신병을 순순히 넘겨주진 않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