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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온두라스에 10대 유부녀가 넘치는 이유

중미 국가 온두라스의 조혼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너무 어린 나이게 결혼을 하다 보니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법까지 고쳤지만 뿌리 깊은 조혼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네요. 

 

유엔 인구기금(UNFPA)은 최근 <2020 세계인구현황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된 이 보고서는 글로벌 인구현황과 함께 발표되는 국가의 현황을 집중 분석하고 있는데요. 

 

온두라스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여자들의 조혼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두라스에선 여자 10명 중 4명이 만 18살 이전에 결혼을 하고 있다네요. 

 

분석대상을 18살에서 19살로 1살 올려 10대 전체로 확대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온두라스에서 만 19살 이전에 결혼하는 여자는 전체의 26.1%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고요. 24%는 19살 이전에 첫 출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두라스에선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일찍 결혼을 하는 게 보통인 것일까요? 

 

통계를 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지난해 온두라스의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10대에 결혼을 한 남자는 전체의 9%, 그러니까 10명 중 1명에도 미치지 않았거든요. 

 

여자들만 유독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사람이 많은 건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유엔 인구기금은 강요에 의해 일찍 결혼하는 여자가 많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본인은 원하지 않지만 부모 등의 강요를 이기지 못해 18살도 되기 전에 유부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결혼을 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당한다는 얘기죠. 

 

유엔 인구기금의 온두라스 사무관 세실리아 마우렌테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통계를 해석하면 오늘도 온두라스에선 10대 여자 3만3000명이 결혼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어린 나이에 여자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건 분명한 인권 침해라면서 이젠 여자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조건 맞는 말이죠. 

 

<온두라스의 여학생들이 조혼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온두라스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온두라스는 지난 2917년 결혼과 관련된 민법규정을 개정했습니다. 민법 개정 전 온두라스에서 여자들은 만 16살이 되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 결혼을 할 수 있었는데요. 

 

개정 후에는 이 나이가 18살로 상향됐습니다. 여자들의 조혼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민법을 바꾼 후에도 여자들의 조혼 문화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해요.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지만 그냥 결혼을 하는 10대 여자들이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조혼 문화가 워낙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 거죠.

 

여자들의 조혼은 부작용도 심각합니다. 

 

일찍 성생활에 눈을 뜨다 보니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는 여자들도 많고요. 성병 감염이나 산모나 신생아의 사망 등도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여자들은 보통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정 출신이 많은데요. 가난의 대물림도 피하지 못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