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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항암치료 중인 12살 딸이 아빠 품에 안긴 이유

항암치료를 받는 어린 딸을 안고 걸어야 했던 아빠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경찰의 횡포에서 비롯된 일이었는데요. 

 

그럼에도 피해를 본 아빠와 엄마는 "횡포를 부린 경찰을 해고하진 말아 달라"고 부탁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지방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주(州)에 살고 있는 부부와 딸의 이야기입니다. 

 

아비가일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부부의 딸은 올해 12살입니다. 그런데 이 어린 아이가 암환자라네요. 

 

아비가일은 7살 때 왼쪽 다리에서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주기적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한창 뛰어놀 나이지만 아비가일은 제대로 걷지를 못합니다. 목발을 딛고 겨우 서는 정도죠. 

 

지난 16일 아비가일은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아비가일은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주에 살고 있지만 치료는 이웃한 투쿠만주의 모 병원에서 받고 있습니다. 이날도 투쿠만주의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경상도에 살면서 충청도에 있는 병원에 다니고 있는 셈이죠. 

 

문제는 항암치료를 끝내고 귀가할 때 벌어졌습니다. 

 

투쿠만주에서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주로 넘어오면서 경계선(나라로 치면 국경 비슷한 개념이죠)을 지나는데 검문에 걸린 것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이렇게 주의 경계선을 지날 때는 통행증이 있어야 하는데요. 경찰이 통행증에 시비를 걸면서 통과시키지 않은 것입니다.

 

경찰은 시간을 끌면서 장장 2시간이나 아비가일 가족이 탄 자동차를 잡아두었습니다. 

 

햇볕은 쨍쨍 내리 쬐고, 모기까지 들끓고... 항암치료를 막 마치고 나온 딸은 힘들어하고...

 

아빠는 결국 차에서 내려 딸을 버쩍 안더니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이렇게 딸을 안고 장장 5km를 걸어 집으로 갔다네요. 

 

이 사건은 엄마가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져 사회의 공분을 자아냈는데요.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주가 광고를 내는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사건을 이슈화하면서 광고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습니다. 

 

결국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주는 광고비로 책정됐던 예산을 어린이 지원에 쓰기로 했다네요. 아비가일의 치료비도 일부 지원하기로 했고요. 결과적으론 잘 된 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뒷맛이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