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한 남자 농민이 야생 퓨마에게 생활비를 대주게 됐습니다.
아르헨티나 사법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면서 이런 판결을 내린 탓인데요. 판결에 따라 남자는 퓨마가 죽을 때까지 매달 생활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이런 사법부의 판결이 나온 건 사상 처음인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남자로부터 생활비를 받게 된 퓨마입니다. 다 멀쩡하지만 하체를 보면 녀석에겐 앞다리가 하나뿐입니다.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바람에 불구가 된 것인데요.
남자가 퓨마에게 생활비를 대주게 된 건 퓨마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은 아르헨티나 라팜파주(州),에서 발생했습니다.
남자는 라팜파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인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멧돼지가 출몰하는 바람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대책을 고민하던 남자는 멧돼지를 잡기로 하고 덫을 놨습니다. 땅에 설치하면 딱하고 발목을 잡아버리는 장치였어요.
덫은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말 동물이 걸린 것이었어요.
그런데 덫에 걸린 건 멧돼지가 아니라 퓨마였습니다.
덫에 걸린 퓨마는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는데요, 퓨마는 덫을 질질 끌면서 남자의 농지 옆에 있는 리우에 국립자연공원까지 이동했습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당시의 상황이었습니다.
퓨마의 오른쪽 앞발이 덫에 걸려 있는데요. 덫이 얼마나 퓨마의 발을 꽉 물고 있었는지 발이 너절너절 달랑달랑하는 상태였습니다.
리우에 국립자연공원은 즉각 수의사를 불러 퓨마를 치료했지만 발을 살릴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퓨마는 불구가 되고 말았죠.
오른쪽 다리가 없으니 3발(?)이 된 퓨마, 달리지 못하니 이제 사냥도 불가능하겠죠?
퓨마를 돌보기로 한 국립자연공원은 퓨마가 사고를 당한 경위를 조사하고 덫을 놓은 남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불구가 되는 피해를 입혔으니 손해배상을 하라는 것이었죠.
공원 측이 퓨마를 대신해서 낸 소송이었는데 재판부는 여기에서 퓨마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퓨마가 사냥을 할 수 없게 돼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면서 매월 4000페소를 퓨마에게 지급하라는 명령을 남자에게 내렸습니다.
4000페소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4만9000원 정도니까 큰돈은 아니지만 아르헨티나에선 그래도 소고기를 꽤 살 수 있는 돈이랍니다.
게다가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금액은 6개월마다 1회 물가상승률에 맞춰 조정됩니다. 얼마든지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죠.
고양이과 맹수인 퓨마의 수명은 보통 15~20년 정도라고 합니다.
불구가 된 퓨마는 아직 10살도 안 된 녀석이라는데 남자로선 앞으로 10년 넘게 생활비를 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인 것입니다.
아무튼 세상을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머리를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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