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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코로나19로 벼락거지 된 콜롬비아 일가족

썩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요즘 벼락거지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게 됐다. 

 

페루의 한 일가족이 코로나19 때문에 그야말로 벼락거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코로나19에 걸린 70대 부모님의 치료비를 대느라 가산을 탕진하게 된 것입니다.

 

페루 우라로치리주(州)에서 축산업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온 페르난데스 일가가 안타까운 스토리의 주인공입니다. 부자는 아니어도 납부럽지 않게 살던 페르난데스 일가에 불행의 구름이 끼기 시작한 건 지난달 20일이었습니다. 

 

아버지 훌리오 페르난데스는 73세, 어머니 베르나르디나 멘도사 70세인데 같은 날 나란히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입원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민등록상 주소가 지금의 거주지와 일치하지 않아 행정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아무튼 입원을 못한 두 분은 결국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녀들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부모님을 정성껏 집에서 모시면서 치료하면 되겠지"라며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큰아들 엘리아스는 "어머니는 치매까지 앓고 계시기 때문에 입원을 해도 케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기 시작하면서 가세는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나게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기 위해 재산을 처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감당하기 힘든 건 의료용 산소였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에겐 매일 의료용 산소 10통이 필요한데요,  매일 의료용 산소 10통을 사는 데 드는 돈이 자그마치 적게는 8000솔레스, 많게는 1만 솔레스에 달했습니다. 

 

지금의 환율로 계산해 보면 매일 242~302만원을 썼다는 것이죠. (물론 지금도 이렇게 쓰고 있고요).

 

아들들은 키우던 소를 모두 처분했습니다. 아들들은 처분한 소의 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소의 종류만도 3~4종에 달한 것으로 보아 수가 꽤나 되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가족에겐 소름소름 사들인 땅이 8~9군데 있었는데요. 

 

땅도 모조리 팔아야 했습니다. 이제 가족에게 남은 건 100제곱미터 땅 1곳뿐인데요, 이마저 팔려고 매물로 내놓았다고 해요. 

 

자동차도 모두 팔았다고 합니다. 

 

가족에게 남은 건 버스회사에 위탁을 주고 부수입을 올려주던 버스 1대뿐인데요. 가족들은 이 버스도 팔려고 매물로 내놨다고 해요. 

 

다행히 사겠다는 사람이 나왔지만 6000솔레스(약 180만원)에 달라고 가격을 후려쳤다고 합니다. 큰아들은 "차령이 약간 있긴 있지만 너무 저렴한 것 같다"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일가는 무일푼 신세가 되기 직전까지 몰렸는데요.  

 

가족은 그 와중에 빚까지 지게 됐습니다. 2만 솔레스(약 604만원)를 빌려 갚지 못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가정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걸 두고 벼락거지라는 말이 생기지 않았나 싶네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