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는 이미 오래 전 사형제를 폐지했습니다.
칠레도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 중 하나인데요. 칠레의 마지막 사형수가 가석방을 요구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징역을 살고 있는 칠레의 마지막 사형수. 그는 출소할 수 있을까요?
칠레의 마지막 사형수는 올해 76세 콜롬비아 남자 고메스 파두아입니다.
칠레 사람이 왜 칠레에서 사형까지 선고받게 된 것일까요? 그의 범죄를 보면 흉악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1999년 칠레 산타크루스의 오이긴스라는 곳에서 10살 여자어린이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파두아는 성폭행 후 10살 여자어린이를 삽으로 때려 살해했는데요. 시신을 토막 내 아이의 집 정원에 묻었습니다.
성폭행도 끔찍한 범죄인데 살인까지, 게다가 토막까지.. 그야말로 흉악무도한 범죄가 아닐 수 없었죠.
칠레 사법부는 법성에 선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이게 2000년 5월의 일이었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살아 있고, 아직도 수감생활 중입니다.
사형이 자꾸 무작정 연기됐기 때문이 아니라 칠레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입니다.
파두아가 사형선고를 받은 건 2000년이었는데 칠레는 이듬해, 그러니까 2001년에 사형제를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제정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법> 1조에 따라 파두의 사형은 종신형으로 대체됐습니다.
칠레의 형법에 따르면 종신형을 살고 있는 수감자는 최소한 20년 수감생활을 한 뒤에야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데요.
2000년 5월부터 형을 살기 시작한 파두아는 지난해 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그는 조건을 갖추자마자 대법원에 가석방 신청을 냈는데요, 대법원은 당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이 교도소에서 나와 사회로 돌아갈 준비가 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대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칠레 대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칠레의 마지막 사형수인 파두의 도주 경력 때문입니다.
파두아의 아동 성폭행과 살인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그는 1976년 자신의 조국인 콜롬비아에서 9살 여자어린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죄자였습니다.
이 범죄로 그는 징역을 살다가 가석방으로 나왔는데요, 가석방 상태에서 국경을 넘어 칠레로 밀입국한 사람이었습니다. 이게 1995년의 일이었다고 해요.
1976년 콜롬비아에서 9살 여자어린이 성폭행 살인, 1995년 칠레로 밀입국, 이어 1999년 칠레에서 또 다시 10살 여자어린이 성폭행 살인, 이게 그의 범죄경력이었던 겁니다.
가석방 상태에서 밀입국을 하고, 또 성폭행과 살인을 한 인물... 그런 사람을 가석방으로 놔줄 수 있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칠레에서 파두아의 가석방 신청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칠레 법조계에선 이번에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그렇죠... 이렇게 위험한 인물이라면, 게다가 가석방 상태에서 탈출까지 한 인물이라면 절대 풀어주어선 안 되겠죠... 칠레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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