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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도강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건너가는 탈북민들이 적지 않다고 하죠? 이 과정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분들도 많다고 해요.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극심한 경제위기로 생지옥이 되어 버린 베네수엘라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탈출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마저도 닮은꼴이랍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은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손자의 죽음입니다. 

 

65세 할아버지와 각각 14살과 10살 된 남매 손녀손자가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의 국경을 가르는 타치라 강을 건너다 사망했습니다.

 

세 사람은 강기슭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요.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할아버지와 손녀손자의 시신을 발견한 건 실종자 수색협조를 받고 타치라 강 주변으로 출동한 콜롬비아의 소방대였습니다. 

 

세 사람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은 베네수엘라 당국이 콜롬비아에 수색협조 SOS를 친 것입니다. 

 

실종된 곳은 베네수엘라인데 콜롬비아에 수색협조 요청을? 이런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세 사람이 실종된 곳은 타치라 강 주변이었는데요. 타치라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국경을 가르는 강입니다. 마치 북한과 중국을 가르는 압록강 같은 셈이죠. 

 

강만 건너면 콜롬비아이기 때문에 도강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북한을 탈출하려고 압록강을 건너는 탈북민이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베네수엘라가 독재국가는 맞지만 북한처럼 출국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도강을 하냐구요? 

 

네~ 맞습니다. 평상시라면 도강을 할 필요가 없죠. 차비가 없다면 당당히 걸어서라도 잘 뚫린 길을 따라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국경을 폐쇄된 상태입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 때문이죠. 

 

최근 들어 콜롬비아에선 코로나19 사망자가 연일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데요. 

 

콜롬비아는 해외유입 확진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접국과의 국경 육로를 모두 봉쇄했습니다. 

 

때문에 과거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려고 인파가 몰리던 국경은 지금 파리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텅텅 비어 있어요. 

 

할아버지와 어린 남매가 강을 건너려고 한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콜롬비아 소방대에 따르면 가장 먼저 발견된 건 14살 손녀의 시신이었는데요. 이어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할아버지와 10살 손자의 시신이 나란히 발견됐다고 합니다. 

 

상상만 해도 너무 안타깝지 않나요? 

 

콜롬비아 소방대는 할아버지와 손녀손자가 도강을 하다가 급류에 휘말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할아버지와 손녀손자의 시신이 발견된 곳으로부터 가까운 지점에 라프라다라는 국경도시가 있는데요. 

 

여기는 베네수엘라에서 넘어온 이주민들이 차고 넘친다고 해요. 할아버지가 손녀와 손자를 데리고 향하려고 했던 곳도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네요. 

 

안타까운 사고가 나자 주민들은 국경봉쇄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베네수엘라 이주민은 벌써 200만을 넘어섰다는데요. 

 

현지 주민들은 "국경을 막아봤자 도강으로 어차피 올 사람들은 오고 만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아예 국경봉쇄를 푸는 게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네요. 

 

이번처럼 안타까운 사고를 보고 나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