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파라과이에서 해마다 열리는 대회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뚱보>를 뽑는 미스뚱보대회인데요. 말 그대로 미인대회지만 뚱뚱한 여자들만 참가하는 대회입니다.
대회는 해마다 인기를 더하면서 올해는 참가 신청자가 3000명을 넘어섰네요.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3월로 예정됐던 대회가 지난 3일에야 뒤늦게 열렸는데요.
비대면 화상으로 대회가 열린 것도 올해의 특징이었습니다. 대회는 올해로 10회를 맞았는데 처음 있는 일이라죠.
대회는 화상으로 진행됐지만 시상식은 오프라인으로 열렸답니다.
3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서 결선에 오른 사람은 33명이었습니다.
경쟁률이 100대에 1에 육박했던 셈이죠. 미스뚱보대회가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파라과이에 그만큼 비만이나 과체중에 걸린 여자가 많다는 뜻일 수도 있죠.
시상식은 3일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한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대회는 화상으로 열렸지만 시상식만큼은 오프라인으로 열렸는데요. 시상식에는 2021년 미스뚱보로 선발된 뚱보여왕 타티아나 아키노(32) 등 5명이 참석했습니다.
뚱보여왕으로 왕관을 쓴 아키노는 농업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미대 출신의 여성인데요. 이미 자식을 둘이나 둔 엄마이기도 하다고 해요.
뚱보여왕 아키노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참가자는 1공주(2등)와 2공주(3등), 우정상 수상자, 미스 사진천재 등 4명이었습니다.
미스 사진천재는 사진빨을 잘 받는 참가자가 받은 상이었는데요. 미인대회에 이런 상이 있다는 게 신박하기도 하네요.
아름다운 뚱보를 뽑는 대회라고 하니까 사실 장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 참가자들 사이에선 신경전이 대단한 모양입니다.
이런 짐작을 가능하게 만든 사건이 올해 있었거든요.
2021년 미스뚱보대회 3등, 그러니까 2공주에 뽑힌 신디 아르구엘로(29)라는 여성이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상을 거부한 것입니다.
여자는 자신이 3등으로 밀려난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상을 거부했는데요.
끝까지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는 바람에 결국 상은 4등으로 밀렸던 또 다른 20대 참가자 레티시아 파레데스(27)에게 돌아갔습니다.
미스뚱보대회는 뚱뚱한 여자들에게 설 곳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대회입니다.
대회 창립자인 마이크 베라스는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차별을 받는 건 물론 옷을 구입하거나 취업을 할 때도 불이익을 당하는 여자들이 많아 사회적 의식 전환을 위해 대회를 열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뚱뚱한 사람을 2등 국민으로 취급하는 극단적인 시각까지 존재하더라"고 당시의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뚱보여왕이 된 아키노 역시 "많이 개선됐다지만 아직도 뚱뚱한 사람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존재한다"면서 "미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깨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네요.
이처럼 미스뚱보대회는 뚱뚱한 사람들의 자긍심을 살려주고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시작됐지만 결코 비만이나 과체중을 가볍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해마다 "비만이나 과체중을 병으로 보고 치료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거든요. 역설의 모순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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