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독일계 후손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2차 대전으로 독일이 패망한 뒤 남미로 건너온 독일계가 워낙 많기 때문인데요.
히틀러가 남미로 건너와 은둔생활을 했다는 말도 널리 알려져 있는, 미확인 첩보(?)입니다. 증인까지 있으니 무작정 음모설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죠.
남미로 건너온 독일계 중에는 나치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 전범들이 적지 않습니다.
곳곳에 숨어 지내던 나치 전범들은 아직도 쫓기는 신세죠. 뒤늦게 붙잡혀 법정에 선 경우도 숱하게 많아요.
그래서일까요? 남미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나치주의자들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인 브라질 교수도 그런 경우 중 하나입니다.
브라질의 독일마을로 유명한 산타 카타리나주(州) 포메로데에 살고 있는 역사학교수 완더시 푸글리에시(58)의 이야기입니다.
포메로데는 마을의 주민 중 90%가 유창하게 독일어를 구사할 정도로 독일계 후손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여기에 살고 있는 푸글리에시 교수는 숨어 있는 나치주의자였는데요, 그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진 건 2014년이었습니다.
납치사건으로 인해 헬기를 띄워 수색을 하던 브라질 경찰이 한 주택의 수영장 바닥에 그려진 대형 나치 문양을 발견한 게 계기였습니다.
"앗? 바닥에 나치 문양이?" 나치주의를 선전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브라질은 당장 자초지종을 알아보게 됐다.
문제의 주택에 살고 있던 푸글리에시의 정체는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브라질 경찰은 압수수색까지 진행하면서 당시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푸글리에시 교수가 나치주의자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무수한 증거가 나왔죠.
주택의 수영장은 바닥과 벽 등이 나치 문양으로 장식돼 있었고, 나치의 상징물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이 교수의 아들의 이름은 아돌프였어요. 마치 히틀러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는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당시 이런 결정을 내린 브라질 검찰의 설명은 지금 들어도 궁색하기 그지없는데요. 노출된 곳에 나치 문양을 그린 게 아니라 나치주의를 선전할 의도는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었습니다.
집에서 발견된 나치 상징물에 대해선 푸글리에시 교수의 변명이 통했습니다. 역사학교수인 그는 "연구를 위해 모아놓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거든요.
그랬던 검찰은 최근, 정확히 말하면 지난 15일 재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대인 협회 등의 거센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검찰이 입장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재수사를 종료하겠다"고 다시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유는... 푸글리에시 교수가 수영장 바닥의 문양을 살짝 바꾼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은 싫다는 듯 그는 나치 문양을 십자가 창틀이 있는 창문형태로 바꿔 놓았네요.
하지만 나치주의자인 그의 성향이 바뀐 것 같진 않습니다.
푸글리에시 교수는 지난해 우파정당인 자유주의당의 공천을 받아 포메로데 시의원으로 출마했었는데요. 뒤늦게 '아차~'한 당의 권고로 후보직에서 사퇴했습니다.
당시 자유주의당은 그에게 "나치주의로는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념적 성향을 바꾸라"고 했지만 그는 "그럴 생각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다"고 거부한 바 있거든요. 그는 뼛속까지 나치주의자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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