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도둑을 잡아 경찰에 넘긴 멕시코의 대형 마트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알고 보니 딱한 사정의 할아버지였는데 사건을 너무 확대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한 탓입니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훔친 물건도 정말 푼돈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았고요.
멕시코시티에 있는 대형 마트 소리아나에서 지난 21일 발생한 사건이었는데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건 24일이었습니다.
세르히오 아르만도 히메네스라는 이름의 할아버지는 올해 82살이신데요.
할아버지는 마트에서 허시 초콜릿 2개를 훔친 혐의로 경비원에서 붙잡혔습니다.
할아버지가 훔친 초콜릿 2개의 가격은 합쳐서 30페소였다고 해요. 원화로 환산하면 1750원 정도 되는 돈입니다.
할아버지의 옷차림이 워낙 남루해 누가 봐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요. 경비원에게 붙잡힌 할아버지를 보고 복수의 고객들이 "내가 물어줄 테니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비원과 마트 관계자들은 끝내 경찰을 불러 할아버지를 넘겼다고 해요.
사건이 알려진 건 현장을 목격한 고객 중 일부가 "아무리 도둑질을 했다지만 해도 너무 하네"라고 화를 내며 사건을 SNS에 공유하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현지 언론도 취재에 나섰고요. 언론을 통해 사건이 보도되지 할아버지에 대한 동정론은 크게 확산됐습니다.
멕시코 유력 일간지의 한 여기자는 "진짜 범죄자들은 거리에 넘치는데 불쌍한 82살 할아버지를 경찰에 넘겼다고?"라면서 마트에 대한 비난 여론에 합세했습니다.
동정론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가장 먼저 손을 든 건 검찰이었습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멕시코 경찰은 "할아버지가 1순위 보호계층에 속한다"면서 "법이 허용하는 권한을 통해 기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잡혀 있던 할아버지를 풀어주었죠.
할아버지를 경찰에 넘긴 마트도 소리아나도 머쓱해졌죠.
결국 이 마트는 "경비원이 할아버지를 경찰에 인계한 건 매뉴얼에 따른 결정이자 행동이었다"고 옹호하면서도 "법적 절차를 계속 밟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를 용서하겠다는 뜻을 완곡하게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죠.
그런데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지난해에도 현지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해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지만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모 은행의 ATM 옆에서 잠을 자다가 안타까운 사연으로 언론에 보도가 됐었던 것입니다.
도둑질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트 측이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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