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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산불이야~ 피난 가는 야생동물들

연초부터 산불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자연의 힘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불길을 잡을 수 없다고 솔직하게 한계와 무기력함을 인정한 것입니다. 

 

산림과 경작지를 닥치는 대로 잿더미로 만들고 있는 산불을 잡을 수 있는 건 자연뿐이라며 백기 투항을 한 것과 마찬가지죠.

 

화마가 집어삼켜 재앙의 땅처럼 변하고 있는 곳은 아르헨티나 북동부 코리엔테스입니다. 

 

피해상황을 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에요. 

 

화마가 휩쓸고 지나가 잿더미가 된 면적은 2월 16일 현재 78만5000헥타르에 달하고 있습니다. 축구장 크기가 0.7헥타르 정도라고 하니 축구장 112만 개가 불에 탄 셈입니다. 

 

산불은 자생림, 자연공원, 임야, 경작지 등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고 있는데요. 

 

이제는 민가와 산업시설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길을 잡는 데 사실상 실패한 소방대는 불이 민가로 번지는 것만큼은 막는다는 구상이지만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도 그럴 게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죠. 

 

1월 중순 산불이 처음 났을 때만 해도 피해 속도가 하루 2만 헥타르였는데 지금은 하루 3만 헥타르가 잿더미로 변하고 있다고 해요. 

 

소방 당국이 "불길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두 손을 든 이유입니다. 

 

산불 현장을 보면 아비규환이 따로 없습니다. 

 

땅은 잿더미로 변했고, 동물들은 불을 피해 피난을 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가스를 마시거나 불에 타 죽은 야생동물과 가축의 사체는 여기저기 뒹굴고 있어요. 

 

코리엔테스 주지사 구스타보 발데스는 19일(이하 현지 시간) "이제는 하늘이 비를 내려 불을 꺼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자연의 노여움을 풀 수 있는 건 자연뿐"이라면서 "인간의 노력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늘이 비를 뿌려 화재를 꺼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이젠 도리가 없다고 한 것입니다. 

 

아르헨티나가 산불을 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닙니다. 

 

연방정부도 코리엔테스 지원에 나섰고요, 10개 주정부가 가용 자원을 모두 코리엔테스에 보내 진화를 돕고 있거든요. 

 

동원된 인력은 소방대와 경찰, 군 등 수천 명에 달하고, 비행기 12대, 헬기 3대가 투입돼 연일 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쌓인 피로감에 소방대원들마저 쓰러지는 상황입니다. 

 

코리엔테스의 소방대장 오를란도 베르토니는 "소방대에 몸을 담은 지 32년째지만 이렇게 지독한 불은 처음"이라고 했는데요. "6~8개월 가뭄 때 불이 난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올해 같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심신이 지친 대원들이 무기력함을 호소해 더욱 힘들다"면서 "불길을 잡기보다는 민가 등으로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막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했네요.   

 

코리엔테스 주정부와 소방대원들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요? 

 

아르헨티나 기상청은 코리엔테스에 21일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정말 반가운 비죠. 

 

그러나 비가 불길을 잡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불이 꺼질 정도로 시원하게 비가 내릴지 불확실하다는 겁니다. 

 

아르헨티나 연방정부도 낙관은 금물이라며 기대감을 경계했는데요. 

 

아르헨티나 연방정부의 환경장관 후안 카반디에는 "며칠 동안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지만 강우량이 불길을 잡을 만큼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했습니다.

 

발화점이 7000곳이나 된다는데 약한 비가 며칠 내려봤자 말짱 꽝이란 거죠. 감염병에 지진, 화산 폭발, 산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재앙이 세계 각지에서 멈추지 않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