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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교도소 인구 너무 많아, 에콰도르의 사면 이유

에콰도르에서 대규모 사면이 단행됐습니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지만 이번 사면의 이유는 약간 황당하기도 하고 생뚱맞기도 합니다. 

 

교도소 인구를 줄이는 데 주목적이 있다는 겁니다. 교도소에 사람이 넘친다는 거죠.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은 21일 대사면을 단행했습니다. 

 

대규모 사면을 명령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결단을 내린 배경과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처음에는 "수감자들의 인권을 고려해 사면을 단행했다"고 점잖게 운을 뗐지만 곧 진짜 이유를 밝혔습니다. 교도소 수감자 수를 줄이는 데 사면이 목적이 있다고 말이죠. 

 

사면이 단행된 방식을 보면 그 취지가 이해됩니다. 

 

"○○○를 풀어주어라~" 이런 식으로 단행된 게 아니고 조건을 내걸고 "이 조건에 맞는 사람은 다 풀어주어라"라는 식으로 사면령이 내려진 것입니다. 

 

살펴보니 강도, 절도, 사기 등의 범죄로 형을 확정받고 형량을 40% 이상 채운 수감자들을 모두 풀어주기로 했군요. 재소자 수천 명이 사면을 받아 풀려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수감자들을 왕창 풀어준다는 건 교도소 인구 문제가 그만큼 위기상황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에콰도르 교정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에콰도르 전국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재소자는 3만5018명이었습니다. 

 

에콰도르 교도소의 정원은 3만169명이라고 하니 정원을 약 16%가량 초과한 것이죠. 

 

하지만 실상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복수의 민간 기구에 따르면 에콰도르 전국 65개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재소자는 3만9000명을 웃돈다고 합니다. 정원을 30%나 초과했다는 것입니다. 

 

수용능력을 크게 웃도는 사람들을 가두고 있으니 수감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죠. 

 

에콰도르 교도소에서 걸핏하면 폭동이나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형편없는 곳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갱단 조직들까지 뒤섞여 있다 보니 걸핏하면 피를 보게 되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교도소에선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죽어나가고 있죠. 

 

지난해 9월 에콰도르 북부 과야킬의 리토랄 교도소에선 두 번의 폭동이 발생했는데요. 

 

이때 이 교도소에선 재소자 19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가 속출하자 에콰도르 정부는 교도소 비상사태를 선포하기까지 했죠.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다 보니 에콰도르에선 "교도소의 시간은 시계가 아니라 (폭동) 사망자 수로 잰다"는 우스갯말이 돌고 있다고 해요. 

 

대사면을 단행한 라소 대통령은 "지금의 수감 환경으로는 교정이라는 교도소 본연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는데요. 

 

그는 교도소 문제를 국가현안으로 선포할 정도로 교도소 인구 폭발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험한(?) 사람들을 마구 풀어준다면... 사회는 안전할지 심히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