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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동물의 세계

투망하면 상어가 걸린다는 이 나라, 신기하죠?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그물만 던지면 상어가 잡힌다는 희한한 나라가 있습니다. 

 

남미국가 에콰도르의 이야기인데요. 

 

얼마나 상어가 많으면 그럴까 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투망만하면 상어가 잡힌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일 공산이 아주아주 크거든요. 

 

에콰도르는 대통령령으로 상어잡이를 금지한 국가입니다. 

 

상어잡이를 에콰도르가 금지한 건 2007년. 그러니까 상어잡이를 금지한 지 벌써 15년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죠? 에콰도르의 상어수출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고급요리의 식재료로 인기가 높은 상어지느러미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요. 

 

에콰도르는 2020~21 세계 10대 상어수출국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상어지느러미의 수출이 활발했는데요. 가장 최근의 공식통계를 보면 지난해 1~3분기 에콰도르의 상어지느러미 수출량은 223톤이었어요. 

 

에콰도르 관세청이 마지막으로 상어지느러미 수출에 대한 통계를 낸 건 10년 전인 2013년이었는데요, 당시 에콰도르가 수출한 상어지느러미는 75톤이었답니다. 

 

상어잡이는 금지되어 있는데 상어지느러미 수출은 오히려 3배로 늘어났다는 것인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요? 상어잡이를 금지한 대통령령에 큰 구멍이 뚫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연히 잡힌 상어는 합법적인 어획으로 간주한다는 예외규정이 그것이다. 

 

에콰도르 어선들은 조업 후 귀항하면 의무적으로 어획물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검사가 진행될 때마다 상어가 쏟아지지만 어부들은 "그물을 던졌는데 우연히 상어가 잡혔다"고 한다고 합니다. 

 

실컷 상어를 잡아놓고는 "우연히 잡혔는데 어쩌라고?" 이러면서 어깨만 슬쩍 들어올린다는 것이죠. 

 

검사관들은 "뻔한 거짓말이지만 어선에 탑승해 직접 보지 않는 이상 확인할 길이 없어 알고도 속아줄 수밖에 없다"면서 애로가 많다고 호소했습니다. 

 

에콰도르 어부들이 잡고 있는 상어는 아래의 그림에 있는 4종인데요. 

 

문제는 이렇게 어부들이 잡아들이고 있는 상어가 모두 보호종, 그러니까 멸종위기에 몰려 있는 녀석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대로 상어잡이를 방치한다면 에콰도르 바다에서 상어는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죠. 

 

에콰도르 의회에선 최근 상어잡이 금지령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동물보호단체, 환경단체 대표들은 토론회에서 "예외규정을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 우연히 잡힌 상어도 거래를 못하게 하자"고 했지만 의회는 이를 거부했다고 해요. 

 

우연히 잡힌 상어의 거래까지 막는 건 어민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하죠.

 

하지만 뻔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보호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러다 멸종위기가 현실화한다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