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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여자축구선수들이 줄줄이 기절한 이유

가끔 진기록이 쏟아지는 축구경기가 있어요. 경기 중 무더기로 퇴장을 당했다든가 진귀하게 황당한 골이 터졌다든가 말이죠.

 

브라질에서 정말 진귀한 기록을 세운 축구경기가 열렸습니다. 여자 프로축구경기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던 선수들이 피식피식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갔습니다.

선수들이 줄줄이 쓰러진 이유요? 바로 폭염이었습니다. 너무 더운 날 경기가 열린 게 문제였는데요. 경기시간마저 가장 해가 뜨거울 오후 3시였군요.

<선수 3명이 동시에 쓰러져버렸습니다. 정말 황당하면서도 보기드문 상황입니다.>

 

문제의 경기는 브라질 피아우이주 알베라타오 경기장에서 23일(현지시간) 열렸습니다. 브라질 여자프로축구 리그전 4조 경기였습니다. 격돌한 팀은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티라덴테스와 최하위에서 헤매고 있는 비아나였어요.

문제는 날씨였는데요. 경기가 열린 날 파이우이주의 온도는 무려 42도였습니다.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높았겠죠?

당연히 경기는 야간경기로 치러졌어야하는데 경기시간은 오후 3시였습니다. 중 가장 더울 때에 경기를 시작한 셈이에요.

 

<한 여자선수가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어 보이는데 안타까워요.>


당연히 선수들이 제대로 뛸 수가 없었겠죠. 경기 시작 7분만에 첫 희생자가 나왔네요. 한 선수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만 것입니다.

이 선수는 경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의료팀의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이때라도 경기를 중단했어야 했는데... 아마 무더위로 인한 경기중단 규정은 없는 모양이죠?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이래서 90분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기절한 선수가 무려 7명입니다. 끝내 병원 신세를 진 선수는 5명이구요.

경기는 과연 어떻게 끝났을까요?

경기는 선두팀 티라텐테스의 10대0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스코어도 기록이라면 기록감이네요.
 
완패한 최하위 팀 비아나에선 불만이 터졌습니다. 비아나의 마르코 안드레스 폰세카 감독은 "골키퍼가 메스꺼움을 느껴 구역질을 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면서 "(날씨) 조건이 너무 비인간적이었다"고 투덜거렸습니다.

실력차이도 나지만 날씨만 아니라면 0대10이라는 굴욕은 없었을 것이라는 불만이 배어 있는 발언이지요.

 

 

감독의 발언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답니다. 

그러자 피아우이주 축구협회도 발뺌 발언에 나섰습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브라질 축구연맹에 오후 7시에 경기를 시작하자고 했지만 리그 마지막 경기는 공평하게 모든 팀이 동일한 시간에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공평성... 매우 중요한 가치지만 이번엔 사람 잡을 뻔했습니다.

 

스페인어 한마디하고 갈까요?

스페인어로 여자축구는 뭐라고 할까요? Fútbol Femenino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스페인어를 아시는 분이라면 Fútbol de las mujeres라고 하기 쉽지만 왠지 약간은 성차별 뉘앙스가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