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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엘살바도르, 코로나19에 백기 내걸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상황이 심상치 않네요. 집집마다 백기를 내거는 모습이 마치 코로니19에 항복하고 있는 듯합니다. 

 

알고 보니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는 아니었지만 사정이 점점 위중해지고 있는 건 분명하네요. 

 

엘살바도르의 수도엣 약 30km 정도 떨어진 위성도시 토나카테페케의 최근 모습입니다. 집집마다 주민들이 백기를 내걸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도 다른 중남미국가처럼 코로나19와의 전쟁이 한창인데요. 

 

영문을 모르고 보면 영락없이 항복을 선언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렇게 대문 등 집밖에 백기를 건 가정은 수백에 이르고 있는데요. 

 

도대체 백기는 무슨 뜻일까요? 먹을 게 떨어졌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엘살바도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엄격한 봉쇄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식품생산이나 공공서비스, 보건 등 필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외출을 할 수 없다죠.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게 먹거리, 즉 식료품입니다. 

 

엘살바도르가 봉쇄를 시작하기 전 주민들은 나름대로 식료품을 비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봉쇄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예요. 코로나19 봉쇄는 이번 주로 벌써 2개월이 되어 갑니다. (이 포스팅을 하고 있는 17일로 봉쇄는 정확히 57일째가 되는군요) 

 

그러다 보니 이제 비축한 식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가정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죠. 돈이 있다면 근거리 식품점이나 마트라도 다녀오겠는데 돈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봉쇄조치로 경제활동이 사실상 동면에 들어갔기 때문이죠. 

 

익명을 원한 한 주민은 "코로나19가 치명적이라지만 이러다간 감염병에 걸리기 전에 모두 굶어 죽을 판"이라고 울먹였습니다. 

 

그렇죠, 오죽하면 엘살바도르보다 훨씬 부자국가인 미국이나 한국 등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거나 지급하고 있겠어요… 빈곤층이 많은 국가일수록 상황은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엘살바도르의 인구는 648만 명인데요, 전체 국민의 26%인 170만 명이 빈곤층입니다. 

 

국민 4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내려진 봉쇄조치가 장기화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취약계층에 속한다는 거죠. 이런 상황을 보면 정말 돈이 원수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일자리가 있는 국민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랍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보고서에서 "엘살바도르의 취업자 중 약 절반인 46.6%가 코로나19로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고 밝혔습니다. 

 

취업자나 실업자나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인 셈이에요.  

 

먹을 건 떨어지고, 식료품을 살 돈은 없고… 백기를 내걸고 있는 주민들의 심정, 이해가 가시나요? 

 

코로나19에 걸려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이만저만 아닌데 이젠 굶어죽지 않을까 라는 걱정까지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는 뭐하고 있냐고요? 

 

위성도시 토나카테페케는 최근까지 기초식료품 등을 구호품으로 모아 취약계층에 전달했는데요. 지금은 지원을 중단한 상태라고 합니다.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구호품이 모아지지 않게 된 때문이죠. 이젠 남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사람도 줄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토나카테페케는 중앙정부에 긴급지원을 요청했는데요. 중앙정부는 270만 가정에 나눠줄 구호박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신속하게 지원하진 못하고 있다네요. 

 

형편이 어려운 가정 중에는 식품뿐 아니라 아픈 사람에게 줄 약까지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17일 현재 엘살바도르에선 코로나19 확진자 1210명, 사망자 23명이 발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