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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플라스틱 요트 타고 대서양 횡단

남미에서 태어나 지금은 유럽에 살고 있는 남자가 플라스틱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하늘길이 막혀 뱃길을 이용했다는 것인데요. 코로나19 와중에 목숨을 건 모험에 나선 건 늙으신 부모님을 꼭 뵙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플라스틱 요트로 대서양을 건넌 아르헨티나 남자 후안 마누엘 바예스테로(47)가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입니다. 

 

바예스테로는 아르헨티나 마르델 플라타에서 태어났습니다. 마르델 플라타는 해수욕장과 카지노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랍니다.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북적이는데요. 한국인들도 살고 있고, 한국 교회도 있답니다. 아쉽게도 한국식품점은 없지만요...

 

<마르델 플라타 전경입니다. 오른쪽 아래 붉은 벽돌 건물이 바로 카지노.. ㅎㅎ>

바예스테로는 유럽으로 건너가 포르투갈의 포르투 산투에 둥지를 튼 해외교민(아르헨티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교민이 맞겠죠?)인데요. 

 

코로나19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를 강타하면서 엄청난 피해상황을 생생히 목격한 바예스테로는 당장 부모님에게 달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바예스테로의 아버지는 올해 90살, 어머니는 82살이신데 혹시라도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부모님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라네요. 

 

바예스테로는 당장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대충 식량을 사서 플라스틱 요트에 싣고 아르헨티나를 향해 대서양 횡단을 위해 돛을 올렸습니다. 이게 3월 24일의 일인데요. 

 

아르헨티나는 3월 20일부터 코로나19 봉쇄를 시작했죠. "아! 아르헨티나에도 코로나19가 번지겠구나, 서둘러 출발해야겠다"고 그가 결단을 내린 이유였습니다. 

 

그는 원래 비행기를 타고 건너가려 했지만 이미 하늘길은 끊긴 뒤였다고 합니다. 대서양 뱃길 외에는 부모님을 만날 길이 없었던 것이죠. 

 

이렇게 덜컥 시작한 대서양 횡단엔 꼬박 85일이 걸렸습니다. 

 

바예스테로는 아르헨티나로 향하면서 두 번의 위기를 겪었는데요. 에콰도르에선 큰 파도가 플라스틱 요트를 덮치면서 선체에 균열이 가는 아찔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그는 에콰도르에 잠깐 정박해 시멘트로 요트를 임시 수리했는데요. 배꼽 아래까지 물이 차오르던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고 했네요. 

 

브라질에서도 그는 위기를 맞았는데요. 돛이 고장나는 바람에 브라질 빅토리아에 잠시 정박해 수리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는 여기에서 브라질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직접 목격했다고 해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브라질 국민들은 위생 수칙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8만 명을 넘어섰고요, 사망자도 4만7900명에 육박하고 있죠. 중남미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국가가 바로 브라질이랍니다. 

 

바예스테로는 브라질에서 우루과이를 거쳐 16일 아르헨티나 마르델 플라타에 입항했습니다. 

 

항구에는 아버지와 가족들이 나와 그를 환영했는데요. 하지만 그는 아직 요트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외국에서 들어오면 14일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는 방역 규정 때문이죠. 

 

마르델 플라타는 그에게 격리시설(호텔)에 들어가겠냐고 물었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네요. 요트에서 지내면 되는데 굳이 자기에게 귀한 세금을 쓰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해요^^

 

바예스테로는 지루한 선상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제 격리기간이 끝나면 부모님을 만날 생각에 하루하루를 기대감 속에 지내고 있다는데요. 

 

그는 "브라질에서 떠나 아르헨티나에 입항할 때까지 3일간은 다른 사람과 접촉한 적이 없으니 격리기간(14일)에서 3일은 빼줬으면 좋겠다"고 농담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습니다.